한국토지주택공사가 2009년 12월 경기도 성남 옛 시가지 재개발사업지구 세입자 등 이주민들을 위해 완공한 판교 새도시 백현마을 4단지 정문 어귀. 1년 반 전에 준공된 새 아파트인데, 마치 철거를 앞둔 재개발 단지 같은 느낌을 준다.
성남시 재개발지구 주민이주용 국민임대 3696가구
LH 재개발 포기로 입주 묶여…“무단방치” 비판끓어
LH 재개발 포기로 입주 묶여…“무단방치” 비판끓어
26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 새도시 백현마을의 한 아파트 단지 주변. 인적이 끊긴 보도블록 위로는 잡초들이 무성하게 웃자랐고, 쇠파이프와 플라스틱으로 얼기설기 엮은 바리케이드가 아파트 정문을 막아섰다. 초등학교에는 학생들의 인기척을 찾을 수가 없었다.
1년 반 전에 준공이 끝난 새도시 아파트단지라고는 도무지 믿기지 않는 풍경이었다. 드물게 오가는 시내버스는 그냥 지나쳤고, 밤이면 인적 끊어진 암흑가로 변한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판교 새도시 개발지도에 동판교 A24-1과 A25-1 블록으로 표시된 이곳은 백현마을 3, 4단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2009년 12월 성남시 재개발사업지구의 주민 이주용 국민임대아파트로 3696가구를 지었다. 주민들의 보금자리 구실을 해야 마땅하지만, ‘전세 대란’ 속에서도 2년 가까이 빈집으로 버려져 있다.
성남시와 토지주택공사(당시 주택공사)는 2007년 성남 수정·중원구의 옛 시가지를 단계별로 재개발하기로 하고 신흥2·중1·금광1 등 세 구역을 2단계 주택재개발사업지구로 지정한 뒤 2008년 12월 사업계획을 승인받았다. 당시 국토부는 2단계 재개발사업이 끝날 때까지 주민들의 임시 이주단지로 백현마을 3, 4단지를 지정했다.
그 뒤 아파트는 예정대로 완공됐지만, 토지주택공사가 ‘사업성 악화’ 등의 이유로 지난해 7월 재개발사업을 포기하면서 예기치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3000가구 입주를 기대하고 일찌감치 자리를 잡은 인근의 상가 6곳과 상가주택 110여필지의 식당 등이 직격탄을 맞았다. 손님을 맞기는커녕 임대료를 낼 길이 막막해졌다.
단지 안의 24학급 규모 화랑초등학교도 학생을 받지 못한 채 비어 있다. 운동장에는 잡초가, 학교 건물 뒤쪽에는 나뭇가지 등의 쓰레기 더미가 학생들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성남교육지원청은 ‘학생 없는 학교’의 개교 전 임시운영비로 다달이 700만원씩을 낭비하고 있다.
부동산전문업체 간부 정종원씨는 “평촌과 분당 등 인근 72㎡형의 전셋값이 평균 2억원을 웃돌고 있는데 멀쩡한 아파트를 그냥 놀리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이곳 3000여가구의 아파트를 임대시장에 풀어놓기만 해도 전세 대란을 크게 완화시킬 수 있지 않겠느냐”고 안타까워했다.
정형주 민주노동당 재개발특별위원장도 “토지주택공사의 무책임한 사업 중단으로 이주 대상자인 세입자들은 오도 가도 못하는 ‘전세 난민’ 으로 전락하고 말았다”며 “월 임대료만도 200억원이 넘는 국민 세금을 낭비하고 있는 셈인데, 이주 대상 세입자 가운데 요건을 충족하는 주민들이라도 우선 입주시키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토지주택공사 관계자는 “지난 2월부터 성남시 2단계 재개발사업 촉진위원회를 꾸려 협의중이며, 조만간 종합대책안이 나오면 빈 아파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남/글·사진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성남/글·사진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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