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 수습…모녀의 눈물=산사태로 4명이 매몰돼 숨진 경기도 동두천시 상봉암동 도솔암에서 28일 오후 희생자들이 수습되는 것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동두천/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춘천 펜션참사 ‘안전불감’
영세한 펜션업, 당국 관리 피해 농어촌 민박 신고
산사태 면적 80년대 3배로…체계적 모니터링 시급
영세한 펜션업, 당국 관리 피해 농어촌 민박 신고
산사태 면적 80년대 3배로…체계적 모니터링 시급
인하대생 10명 등 모두 13명의 목숨을 앗아간 강원도 춘천시 신북읍 천전리의 사고 현장은 원래 물이 흐르던 곳이었다. 28일 현장에서 만난 마을 주민 박아무개(60)씨는 “집이 들어서 물길이 막혔다가, 한꺼번에 비가 많이 오니까 그걸 이기지 못하고 산이 무너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경기·강원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 산사태 피해는 산기슭에 옹벽 등의 안전시설도 없이 마구잡이로 펜션과 빌라 등의 건축물이 들어서는 것을 방치한 당국의 무대책에서 비롯된 인재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폭우로 인한 사망·실종자의 절반 이상이 산사태 희생자였다.
■ 인재에 분노하는 주민들 이날 오후 일가족 3명이 산사태로 매몰돼 숨진 경기 포천시 일동면 기산리의 최아무개(60·여)씨 등은 “5년 전부터 산을 깎아 빌라 건물이 5동이나 들어섰다. 큰비가 오면 산사태가 나지 않을까 늘 조마조마했다”며 혀를 찼다. 최씨는 “아무리 사유지라지만 이렇게 경사진 산자락을 뚝 잘라서 집을 짓는 게 말이 되나. 이 사고는 천재가 아니라 명백한 인재”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펜션이 산사태 관리 대상에서 벗어나 있다는 문제점도 드러났다. 상대적으로 규제가 까다로운 펜션으로 등록하기보다 농어촌 민박으로 신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원도의 정식 펜션은 56곳인 반면 농어촌 민박이 5342곳에 이른다. 경기도는 1640곳이 민박시설이고, 펜션 등록을 한 곳은 10여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춘천의 산사태로 희생된 주민 이은영(39)씨의 오빠 이종구(41)씨는 “산에 물길을 내주고 산사태 방지용 옹벽을 설치했다면 방지할 수 있는 사고였다”며 “법을 떠나 기본적인 관리소홀 책임을 피할 수 없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 산사태 갈수록 증가 여름철 집중호우가 늘면서 우리나라의 산사태 발생 평균 면적도 1980년대(80~89년) 231㏊에서 1990년대(90~99년) 349㏊, 2000년대(2000~2009) 713㏊로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산림청 치산보전과 하헌경씨는 “1980년대에 비해 2000년대에 3배 정도 피해 면적이 늘어났다”며 “우리나라 주변의 기후가 변하면서 국지성 집중호우가 빈발해 피해가 대형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국내에는 화강암지대 위에 흙이 덮여 있는 토양 구조가 많아, 비가 어느 정도 올 때까지는 부착력이 있지만 일정 한도를 벗어나면 물의 하중에 못 이겨 밀려내려올 수밖에 없다. 이에 더해 각종 공사로 인한 절개지 등이 많아진 것은 점점 잦아지는 국지성 폭우와 함께 산사태 위험을 더욱 키우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수곤 서울시립대 교수(토목공학)는 “산사태 가능성이 있는 곳이 전국에 무려 100만군데”라며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산사태와 관련한 시스템도 없고 조직도 없다”고 말했다.
■ 손 놓은 대책 산사태로 인한 피해 증가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지만 해당 지역에 대한 모니터링은커녕 산사태 예상지역에 대한 조사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
이병길 경기대 교수(토목공학과)는 “공사 발주 체계를 바꾸고 우기의 모니터링 체제를 갖춰 사고 빈도와 피해 규모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하 산림청 방재과장은 “행정 관할 부처가 많아 산사태 위험지역의 막개발에 따른 피해를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며 “통합적인 행정관리 시스템을 만드는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 춘천 포천 대전/홍용덕 정인환 박경만 송인걸 기자 ydhong@hani.co.kr
이병길 경기대 교수(토목공학과)는 “공사 발주 체계를 바꾸고 우기의 모니터링 체제를 갖춰 사고 빈도와 피해 규모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하 산림청 방재과장은 “행정 관할 부처가 많아 산사태 위험지역의 막개발에 따른 피해를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며 “통합적인 행정관리 시스템을 만드는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 춘천 포천 대전/홍용덕 정인환 박경만 송인걸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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