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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기계도 제품도 진흙범벅, 외국인노동자 ‘난민’ 전락

등록 2011-08-01 21:09

곤지암천 범람으로 만신창이처럼 된 경기도 광주시 초월읍 지월리의 영세공장 밀집지역에 쓰레기더미가 잔뜩 쌓여 있다. 경기도 광주지역에서만 500여곳이 넘는 영세공장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
곤지암천 범람으로 만신창이처럼 된 경기도 광주시 초월읍 지월리의 영세공장 밀집지역에 쓰레기더미가 잔뜩 쌓여 있다. 경기도 광주지역에서만 500여곳이 넘는 영세공장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
[현장] 곤지암천 범람 피해 ‘영세공장 밀집지역’
복구 안간힘 쏟지만 한계…공장숙식 직원들 쉴곳 없어
피해 500곳 상당수 미등록, 세제혜택 못받아 도움 시급
1일 오전 영세공장과 창고가 밀집한 경기도 광주시 초월읍 지월리 곤지암천 주변. 수마가 할퀴고 간 상처가 곪아가고 있었다.

물난리 엿새가 지났지만 배전반 침수로 공장들은 불빛조차 밝힐 수가 없었다. 출고를 앞둔 가구들은 흙더미에 깔려 형체조차 알 수 없었고, 냉장고는 주차장에 널브러져 있었다. 곤지암천 범람으로 공장과 창고 건물 1~2층까지 들어찼던 물이 빠지면서 악취마저 진동했다.

일부 공장에선 노동자들이 기계에 달라붙은 진흙더미를 닦아내고 있었지만, 침수 피해를 본 많은 공장과 창고 시설은 철문이 뜯겨져나간 채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었다. 바닥은 진흙으로 뒤범벅이었고 각종 생산 장비는 수초에 휘감겨 있었다. 새 생산품도 쓰레기 신세가 되고 말았다. 만신창이란 말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었다. 그러나 이 지역 대부분의 공장들은 평균 3~4명이 일하는 영세 사업장이어서, 직원들 힘만으로 복구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영세 공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처지도 말이 아니다. 공장 안의 간이 숙소에서 물난리를 겪은 이들은 ‘난민’ 처지로 전락했다. 지월리의 한 고물분류 공장에서 일하는 베트남 국적의 노동자 뚜엔(24)은 “옷가지는 물론 일감으로 쌓아놓았던 고물까지 물에 휩쓸려 떠내려가 사장님하고 함께 울었다”며 “지금은 친구 한 명과 시내의 사장님 집에 있지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막막함을 토로했다.

근처 공장에서 일하던 외국인 노동자 9명도 작업복 차림으로 대피했다가, 마을회관의 임시대피소 신세를 지고 있다. 지급받은 구호품은 바지와 티셔츠, 속옷 한 벌에 수건 한 개가 고작이지만, 간간이 비가 그칠 때마다 곧장 공장의 복구 현장으로 달려나가곤 한다. 희망의 삶터를 되찾으려 안간힘을 쓰는 것이다.

지난달 27일 정오부터 1시간 동안 119.5㎜(곤지암읍 만선리)의 비가 내리는 등 기록적 폭우가 쏟아진 경기도 광주지역에서 수해를 입은 공장은 1일 현재 신고 접수된 건수만 447곳에 이른다. 실제 피해를 입은 공장은 500여곳이 넘을 것으로 광주시는 추산하고 있다. 이는 광주시에 등록된 공장 2200개의 20%를 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수해를 당한 공장 상당수는 미등록 영세 공장이어서, 보험에 제대로 가입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세제 혜택도 받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하천 범람은 물론 산사태와 하수 역류 등으로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으나, 도움의 손길은 부족해 공장을 정상화하는 것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며 “수재 피해를 복구하는 장비와 인력이 서울로 집중되고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경기도 광주/글·사진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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