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양화대교 임시 교각
“무면허업체가 시공”
감사원 지난 6월 지적에
시 “문제없다” 중단 안해
감사원 지난 6월 지적에
시 “문제없다” 중단 안해
서울시가 서해와 여의도·용산을 잇는 ‘서해뱃길’ 사업의 하나인 마포구 양화대교 교각(다릿발) 제거 공사를 적절한 면허가 없는 업체에 맡긴 가운데, 최근 장마와 집중호우 뒤 임시다리(가교) 교각 일부가 기울어진 사실이 확인됐다. 감사원이 시공업체 영업정지를 요구했는데도 서울시는 감사원에 이의를 제기한 뒤 그대로 이 업체에 공사를 맡겼다.
2일 낮 1시께 양화대교에 가보니, 마포구 합정동에서 영등포구 양평동으로 가는 하행선 4차로 도로를 떠받치게 될 하류 쪽 가교의 다릿발 176개 가운데 2개가 5도가량 기울어져 있었다. 기울기는 맨눈으로 봐도 확연했다. 굵기 50㎝인 원통형 철제 다릿발은 지하 20m 깊이로 파묻고 강바닥에서 13m 높이로 시공하도록 돼 있다. 서울시 계획대로라면 이달부터 ‘ㄷ자’ 모양으로 구부러진 임시다리 위로 차량이 통행할 예정이다. 양화대교를 오가는 차량은 하루 평균 14만대다.
서울환경연합 등 28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한강운하 백지화 서울행동’(서울행동)은 이날 양화대교 북쪽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무면허 업체의 공사를 즉각 중단하고 민관 공동으로 정밀 안전점검을 할 것”을 촉구하고 “공사를 강행하면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장마철 한강 수위 상승으로 공사가 중단된 상태에서 빠른 유속과 부유물이 영향을 줘 나타난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다. 휘어진 강관파일(교각) 2개를 보정하고 다른 강관파일과 연결하면 안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형 건설업체 출신의 한 토목업계 관계자는 현장 상황을 사진으로 접한 뒤 “어떤 상황에서라도 다릿발이 수직으로 서 있어야지 기울어지면 안 된다. 1~2도라도 기울었을 때 바로잡지 않으면 완공 이후 기초가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이 정도 기울면 아예 기둥을 뽑아내고 다시 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염형철 서울행동 집행위원장은 “기울어진 철골(다릿발)은 2개지만 나머지가 안전한지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감사원은 6월19일, 양화대교 임시다리 설치공사를 해온 ㅇ업체가 교량 공사에 필요한 ‘철강재 설치 공사업’ 면허는 없고 ‘강(江) 구조물 공사업’ 면허만 갖고 있어 건설산업기본법을 위반했다며, 발주자인 서울시에 시공업자를 교체하고 이 업체에 하도급을 맡긴 현대산업개발을 영업정지 조처하라고 요구했다.
서울시는 “무자격 업체가 시공한 것은 아니다”라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서울시 토목총괄과 관계자는 “대한전문건설협회에 확인하니 최근 2년 동안 강 구조물 공사업 면허를 가진 업체가 임시다리를 만든 사례가 70여건이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6000t급 유람선 등이 다닐 수 있게 양화대교 일부 구간의 교각 사이를 42m에서 112m로 넓히겠다며 415억원을 들여 2010년 2월부터 ‘교각 폭 확대에 따른 아치형 철골 상판 설치공사’를 벌여왔다. 글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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