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현안 이렇게 푼다 동대문구 고대 정문앞 재개발
공공시설 건설비 지원도 추진
공공시설 건설비 지원도 추진
지난 7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136번지(제기5구역). 전깃줄이 드리워진 좁은 골목은 우중충했다. ‘고려대 정문 앞’으로 더 잘 알려진 이곳은 큰길을 벗어나면 낡은 집들이 밀집해, 타임머신을 타고 1970년대로 돌아간 느낌을 준다.
이곳은 고려대와 밀접한 인연을 맺어왔다. 주민들은 고려대생을 상대로 하숙을 치거나 자취방을 세놓았고, 고려대생들은 골목 막걸릿집에서 신입생 환영회, 입대 환송회 등을 했다. 80년대까지 정문 앞에 막걸릿집 20여곳이 번성해 ‘막걸리촌’으로 불렸다.
90년대 이후 상권이 고려대 안암병원 근처로 옮겨가면서 정문 앞 골목에는 막걸릿집 두세 곳만 남았다. 주민들 사이에서 낡은 동네를 재개발하자는 논의가 나왔고, 2004년 제기5구역 재개발조합설립추진위원회가 꾸려졌다. 하지만 최근 동대문구가 파악한 주민 의사를 보면, 재개발 반대 185명, 찬성 184명으로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재개발을 찬성하는 쪽은 20~30층 고층 아파트를 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개발추진위 관계자는 “재개발할 때 도로·녹지 등 공공시설 건설 비용은 주민들이 내야 한다”며 “이 비용을 고층 아파트를 지어 개발이익을 통해 마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개발에 반대하는 주민 김아무개씨는 “오랫동안 고대생을 상대로 하숙을 치거나 월세를 받아 지내는 고령의 집주인들이 많은데, 이들에게 아파트 한 채만 주면 어떻게 먹고 살라는 말이냐”고 했다.
유덕열 동대문구청장은 “취임 직후부터 재개발에 찬성하는 주민들이 찾아왔다 가면, 다음날 반대하는 주민들이 만나러 오곤 했다”며 “주민들이 이웃사촌처럼 살던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찾아오는 이들의 이야기를 경청해왔다”고 말했다. 유 구청장은 지난달 7일 구청에서 찬반 양쪽 주민, 구의원, 구청 공무원 등과 함께 ‘구민과의 대화’를 여는 등 중재에 힘을 쏟고 있다.
그는 “서울시가 공공시설을 만들어주면 재개발 찬성 쪽은 개발이익을 얻기 위해 고층 아파트를 지을 필요가 없어지고, 대학가의 특성을 살린 환경친화적인 저층 주택 방식 재개발이 가능해진다”며 “고려대와 고락을 같이해온 제기5구역의 지역 특성을 살리기 위해 서울시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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