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22일 경기도 과천시 도심 거리에서 시민들이 여인국 과천시장에 대한 주민소환 투표 청구를 위한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서명 참여 열기가 뜨거워 기초지방자치단체장에 대한 주민소환 투표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여인국 과천시장 주민소환운동본부 제공
‘보금자리 갈등’ 촉발…20여일만에 서명 95% 확보
“낡은 아파트 재건축에 찬물 끼얹어” 주민들 반발
“낡은 아파트 재건축에 찬물 끼얹어” 주민들 반발
여인국(56·한나라당) 경기도 과천시장에 대한 주민소환 투표를 청구하는 서명수가 법정 청구요건의 95%를 넘기면서 경기도에서 유일한 3선 기초지방자치단체장에 대한 소환투표가 가시권에 들어갔다.
여 시장에 대한 주민소환 명분은 크게 두 가지다. 뻔히 예견돼 있던 정부청사 이전과 관련해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데다,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지구 지정에 찬성해 지역 부동산값 하락을 부추기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렸다는 것이 이유다.
‘부동산 문제로 단체장을 소환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냐’는 비판도 있지만, 소환투표를 추진하는 시민들의 태도는 강경하다. 주민소환운동본부 강구일(42) 대표는 “3선에만 연연한 여 시장은 정부청사 이전에 따른 도심 공동화 대책을 소홀히 했다”며 “경주의 경우 방사성폐기물처리장 유치로 4000억원의 국고 지원을 받았는데, 여 시장은 정부청사 이전에 따른 정부의 국고 지원은커녕, 오히려 보금자리주택을 유치하는 바람에 대부분 30년이 된 기존 아파트 재건축에 찬물을 끼얹어 주민들에게 상실감을 안겨줬다”고 날을 세웠다.
운동본부는 주민소환 투표 청구를 위한 서명운동에 들어간 지 20여일 만인 14일 현재 투표권자 7800여명의 서명을 확보했다. 이는 전체 투표권자의 14%를 넘는 것이어서, 운동본부는 이번주 중으로 투표 청구를 위한 절차를 본격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을 보면, 기초단체장에 대해서는 60일 동안 15% 이상의 유권자가 서명을 하면 주민투표를 청구할 수 있다. 이 투표에 유권자 3분의 1 이상이 참여해 과반수가 찬성하면 주민소환이 이뤄진다.
지난해 12월31일 기준 과천시 유권자가 5만4707명인 점을 고려하면, 8207명 이상이 서명해 투표를 청구하고, 1만6577명이 투표하면 개표한다. 투표자의 과반인 8289명 이상이 찬성하면 여 시장은 시장직을 잃게 된다.
지금까지 주민소환 투표는 △2007년 하남시장(유권자 11만여명) △2008년 시흥시장(〃 29만여명) △2009년 제주도지사(〃 42만여명)를 상대로 진행됐으나, 투표율 저조 등으로 개표조차 하지 못한 채 무산됐다. 그러나 과천시는 인구가 적고 유권자 대부분이 아파트 단지에 밀집해 있어 상황이 사뭇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환운동을 주도하는 인터넷카페의 회원 수만 해도 2만2000여명으로 과천시 유권자의 40%에 이른다는 점에 주목해, 여 시장에 대한 주민소환의 현실화를 점치는 이가 늘어나고 있다.
과천시는 주민 반발이 거세지자 지난 11일 갈현·문원동 일대 127만㎡ 가운데 29만4000㎡에 건설할 예정인 9600가구분의 보금자리주택을 50% 줄여달라고 국토해양부에 건의했다.
과천/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과천/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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