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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보다 황홀한 밤빛…‘올빼미 관광객’ 유혹

등록 2011-08-16 21:48수정 2011-08-16 21:50

경북 경주시 인왕동에 있는 안압지 주변 숲이 조명을 받아 연못 수면에 반사되면서 환상적인 장면을 자아내고 있다.  경북 경주시 제공
경북 경주시 인왕동에 있는 안압지 주변 숲이 조명을 받아 연못 수면에 반사되면서 환상적인 장면을 자아내고 있다. 경북 경주시 제공
경주, 안압지 등 친환경 조명 ‘신라의 달밤’ 연출
제천 의림지는 조명 설치 뒤 관광객 40% 늘어
신안군 증도는 역발상으로 빛 막아 ‘별헤는 밤’
밤이 낮보다 아름답다. 뜨거운 햇빛 대신 황홀한 밤빛을 찾는 ‘올빼미’ 관광객들의 마음을 끄는 곳이 인기다.

‘천년 고도’ 경북 경주시는 밤에도 잠들지 않는다. 저녁 7시30분, 땅거미가 내리면서 어스레해질 무렵 옛 서라벌의 영화가 하나둘 불을 밝힌다. 귀가를 재촉하던 발걸음은 이내 낮과 다른 밤의 매력에 끌려 ‘신라의 달밤’을 좇는다.

경주시가 2003년부터 추진한 밤 경관 조명이 바꿔 놓은 야간 관광 풍속도다. 시는 지금까지 22억여원을 들여 안압지, 계림, 내물왕릉, 첨성대, 노동고분 등 8곳에 밤 조명 시설을 갖췄다. 안압지에서는 주말 밤마다 공연도 열렸다. 해마다 10만명 이상이 찾던 공연은 이제 봉황대로 옮겨 열린다. 지난 7일 밤 열린 봉황대 뮤직스퀘어 공연에는 경주 시민과 관광객 등 3000여명이 몰렸다. 지난 12일 개막한 경주세계문화엑스포의 상징건축물 경주타워 불빛도 눈길을 당긴다.

경주시 사적공원관리사무소 최백씨는 “요즘 경주의 밤은 옛 서라벌의 영화가 되살아난 것처럼 들썩이고 있다”며 “빛이 도드라져 문화재를 묻히게 하거나 조명이 환경을 해치는 것을 막으려고 친환경 전구를 쓰고, 조명 밝기·시간 등의 조절에도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에서 지난 7월부터 펼쳐지고 있는 ‘서울동물원 별밤축제’를 찾은 시민들이 아기 오랑우탄에게 먹이를 주며 즐거워하고 있다. 별밤축제는 오는 28일까지 이어진다.   서울대공원 제공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에서 지난 7월부터 펼쳐지고 있는 ‘서울동물원 별밤축제’를 찾은 시민들이 아기 오랑우탄에게 먹이를 주며 즐거워하고 있다. 별밤축제는 오는 28일까지 이어진다. 서울대공원 제공

제주 서귀포 앞바다는 밤이 되면 사람들로 북적인다. 2009년 9월 서귀포시 서귀항 유람선 선착장과 새섬을 잇는 ‘새연교’(길이 169m, 너비 4~7m) 덕이다. 해가 지면서 제주 전통 고기잡이 배 ‘테우’를 본뜬 새연교의 주탑과 다리에 오색 조명이 켜지면 관광객들이 탄성을 자아낸다. 7~8월 한여름 금·토요일 밤마다 공연도 열린다. 지금까지 210만여명이 다녀갔다. 관광객 강민호(37·대구)씨는 “야간에 오색 불빛이 비추는 새연교를 보니까 마치 외국에 온 것 같은 느낌”이라며 “새연교를 건너 새섬을 한바퀴 도는 것도 아름다운 추억”이라고 말했다.

‘빛고을’ 광주는 밤에도 빛이 난다. 광주광역시 상무지구 5·18기념공원, 운천저수지, 평화공원, 시청 광장 등지의 은은한 밤빛은 여름밤 산책명소로 이름나 있다. 2006년부터 도심 녹지공간에 가로등이 밝혀지자 하루 수백명의 도시민들이 무각사 주변의 숲길, 무등산 입석대 모형의 분수, 5·18 추모조형물 부근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

고대 수리시설이라는 역사성에만 갇혀 잊혀져 가던 충북 제천 의림지는 야간 경관 조명을 설치하는 등 명소화 사업을 마무리한 지난해 말 이후, 관광객이 예년 평균에 견줘 30~40% 늘어난 280여만명으로 껑충 뛰었다. 전북 전주 덕진공원 음악분수, 7~8월 여름철 두달 동안 밤 10시까지 문을 여는 경기 과천시 서울동물원 별밤축제 등도 인기를 끌고 있다.


전남 신안군은 오히려 불을 끄는 역발상으로 관광객의 발길을 당긴다. 지난 3월 ‘빛공해 방지와 생명의 빛 촉진 조례’를 정해 ‘슬로시티’ 증도의 밤하늘을 깜깜하게 만드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올해 안에 1억여원을 들여 증도의 11개 마을 100가구에 커튼을 설치하고, 가로등 80여곳에 갓을 씌우는 등 인공 빛을 막아 ‘별 헤는 낭만’을 선물할 참이다.

고광호 충북 제천시 관광팀장은 “특히 여름에는 밤이 낮을 먹여 살리는 관광지가 많다”며 “폭우가 그치고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면 밤나들이를 하는 관광객들이 눈에 띄게 늘 것”이라고 말했다.

청주/오윤주 기자, 전국종합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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