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현안 이렇게 푼다 성남시 ‘시립의료원’ 설립
드물게도 주민이 직접 발의한 조례로 설립을 확정한 경기도 성남시립의료원. ‘가시밭길’이란 말이 따라붙은 지 오래다. 공공의료서비스 확충의 본보기로 주목받았지만, 수익성을 앞세운 한나라당 쪽의 발목잡기로 8년째 큰 걸음을 내딛지 못하고 있다.
성남지역 시민·사회단체는 2003년 성남시 수정구에 있던 병원 두 곳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자 공공병원 설립 운동에 나섰다. 2004년 3월 주민 1만3696명이 의료원 설립 조례를 발의했으나 적자 운영 등의 우려로 시의회에서 무산됐다. 2005년 11월 다시 1만6083명의 서명으로 같은 조례를 재청구했고, 2006년 3월 해당 조례안은 시의회를 통과했다.
의료원 설립 운동에 앞장섰던 이재명 성남시장(민주당)은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이 태도를 바꿔 조례안을 통과시킨 것은 선거용 ‘민심 달래기’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주민들에 의한 첫 공공병원 설립 물꼬를 텄다는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 시의회는 2007년 11월 특별위원회를 꾸려 수정구 태평동 옛 성남시청 터에 병원을 세우기로는 했으나, 한나라당의 미온적인 태도로 거북이 걸음만 거듭했다.
지난해 당선된 이재명 시장은 2015년까지 예산 1902억원을 들여 지하 4층, 지상 11층, 450병상 규모의 시립의료원을 짓기로 확정하며 적극 움직였다. 그러나 시의회 33석 가운데 18석을 장악한 한나라당은 ‘의료원의 대학병원 위탁 운영’을 주장하며 올해 초 의료원 설립준비 예산 147억원을 전액 삭감하더니, 2차 추경에서도 102억원 가운데 45억여원만 통과시켰다. 지난달 18일에는 주민 발의 조례를 폐기하고, 의료원 위탁 운영 내용을 뒤섞어 자신들이 만든 조례를 통과시켰다. 경기도는 “위탁 운영을 강제하는 조항은 단체장의 재량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고, 성남시는 지난 5일 조례 재의를 요구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의료원 설립을 두고 보지 않겠다는 견해를 고수하고 있다.
이런 한나라당 태도를 두고 ‘체육·문화시설 등은 적자가 나도 무료 운영을 감수하면서 유독 의료시설에는 적자 우려를 내세워 반대하느냐’는 시민단체들의 비판이 많다.
이재명 시장은 “한나라당이 의료를 공공서비스로 보지 않고 영리 대상으로 보는 게 문제”라며 “시의회가 시민 여론을 존중해 시립의료원 설립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성남/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