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에서 천둥 번개 칠 때도 포도를 땄어요.”
당도가 높기로 유명한 화성 ‘송산포도’의 집산지인 경기 화성시 송산면 일대는 긴 장마가 끝나면서 최근 비닐천장을 쳐 재배하는 ‘비가림 포도’ 출하가 한창이다. 19일 이곳 용포리 포도단지에서 만난 농민 최진화(55)씨는 해가 뜨기 시작한 아침부터 내내 한 송이, 한 송이씩 들어 금가고 터진 포도알을 골라내 포장을 했다. 유독 긴 여름 장마 속에 물을 흠뻑 머금은 포도알이 햇볕이 쨍쨍 나자 표면에 금이 가고 속이 터지는 이른바 ‘열과 현상’이 생겼기 때문이다. 최씨는 “포도알이 터지면 제값을 받기 어렵다”며 “포도송이 하나하나가 모두 자식 같은데 어떻게 그냥 통째로 내버리겠냐”고 말했다. 지난해 1750상자를 출하했다는 최씨는 “포도알이 더 터지기 전에 출하를 서둘러도 올해는 1200상자쯤 건지면 성공”이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화성시 송산·서신·마도면 일대 1800여 포도 재배농가가 생산하는 송산포도는 한 해 1만8000여t 규모다. 추석을 앞두고 성수기를 맞았지만 올해는 30%가량 생산량이 줄면서 농민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화성시 쪽은 내다봤다. 화성시 농정과 권혜영씨는 “열과 현상은 매년 있는 현상이지만 올해는 장마가 길어지면서 10%가량 더 증가했고, 포도의 생장에 필수적인 일조량이 절대 부족해 생장 발육에 지장을 주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포도 거래값도 올라 서울 가락동농수산물시장에서는 열흘 전까지만 해도 지난해보다 15% 오른 5㎏들이 1상자에 3만5000원에 거래됐다고 농민들은 전했다. 하지만 폭우에 따른 포도 열과 현상이 심해져, 피해가 더 커질 것을 우려한 농민들이 설익은 포도를 따 내보내는 ‘홍수 출하’에 나서면서 값을 떨어뜨릴 것 같다고 농민들은 걱정했다.
포도 재배 농가들에게는 아직 또 하나의 변수가 남아 있다. 추석(9월12일)까지 남은 기간의 날씨다. 본격적인 추석 물량 출하시기까지 일조량이 넉넉히 유지돼야 출하에 차질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화성/글·사진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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