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난방 공사 안전조처 소홀…기준치 최고 70배 넘어
전북 전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석면이 함유된 교실 천장에 냉난방 장치를 설치하는 공사를 하던 도중 책상·의자 등에서 허용 기준치의 최고 70배에 이르는 백석면이 검출돼, 안전조처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5일 환경보건시민센터와 전주여울초등학교의 말을 종합하면, 이 학교는 방학을 맞아 이달 초부터 28개 학급의 천장에 냉난방 장치를 새로 설치하는 공사를 했다. 개학을 하루 앞둔 24일 한 학부모가 교실에 수북이 쌓인 먼지를 보고 환경단체에 제보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24일 현장에서 채취한 시료 5개를 분석한 결과, 3개에서 기준치를 넘는 함량이 나왔다고 25일 밝혔다. 한 교실 책상 위에서 채취한 먼지에서는 백석면 7.0%가 나왔는데, 이는 허용 기준인 0.1%의 70배에 이르는 고농도다. 이 교실 책장 위 먼지에서도 백석면이 1.5%가 나왔고, 다른 교실 의자 위 먼지에서도 백석면 0.5%가 검출됐다. 이 단체는 “교실 천장재가 석면인 곳에다 냉난방 설비를 설치할 때, 비닐을 이중으로 덮고 진공청소기를 쓰는 등 안전조처를 철저히 하는 것을 소홀히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은 “다행히 학교에서 개학일(25일)에 학생들을 강당으로 격리했다”며 “전국에서 비슷한 사례가 반복되는데도 안전조처 소홀에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 쪽은 “교육청이 발주한 사업이라 정확한 내용을 모르지만 비닐과 보호장구를 갖춘 채 공사를 했다”며 “다른 석면연구소에 맡겨 최근 조사했을 때에도 이상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 학교는 26일 하루 휴교하고 청소를 마친 뒤, 다시 시료분석을 할 방침이다. 전주교육지원청은 “교실의 공기를 채취한 시료(교육청)와 책상 위 먼지를 채취한 시료(환경단체)가 서로 달라서 차이 나는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밝혔다.
안종주 전국석면환경연합회 회장은 “건축자재는 보통 10% 안팎의 석면을 함유하고 있다”며 “공사할 때 매뉴얼대로 안전조처를 제대로 해 석면이 날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주/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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