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해안국립공원에서 3박4일 동안 진행된 <한겨레 포토워크숍>에서 촬영된 신미식 사진작가의 작품.
한겨레 포토워크숍
태안 해안국립공원 3박4일
태안 해안국립공원 3박4일
지난 7월 29일부터 3박 4일 동안 태안에서 진행된 5기 한겨레포토워크숍이 무사히 막을 내렸다. 그 시작은 가벼웠으나 갈수록 무거워졌다. 한번 시작하면 끝도 없이, 게다가 아무 때나 내리는 비 때문에 날씨 걱정이 컸지만 그야말로 하늘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사실상 ‘우기’에 강행한 워크숍이었음에도 결론부터 말하면 비를 맞은 것은 다행스럽게도 반나절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17살짜리 여고생부터 ‘7학년 5반의 어르신’까지 모두 34명의 참가자 중에서 과연 몇 명이나 지난밤 유리창에 해를 그리고 잤을지 알 수 없으나 나쁘지 않았던 날씨는 그분들 덕일 것이다.
17살 여고생에서 75살 어르신까지
태안 천리포 수목원의 숙소에 여장을 푼 참가자들은 대부분 초면이었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청했다. 객지의 낯선 방에 모여 앉았으나 몇 십 년 만에 수학여행이라도 온 듯 상기된 얼굴빛이 보기에 좋았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실력 발휘를 다짐하며 칼, 아니 카메라의 눈을 벼리는 소리가 들렸다.
다음날 아침의 첫 행선지는 천리포수목원. 처음 카메라를 잡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꽃을 첫 모델로 삼는다. 참가자들은 천리포수목원의 홍보담당 최수진씨의 친절한 설명을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꽃에 렌즈를 들이대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살랑살랑 나비들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지켜보던 최수진씨가 웃으면서 말했다. “여기 나비들은 모델 끼가 있나 봐요. 잘 도망가지 않으니 편하게 찍으세요.”
유람선에서 새우깡으로 갈매기와 수작을 벌이는 마음도 가벼웠고 파도 따라 배가 찰랑찰랑 흔들리는 기분도 가벼웠다. 그래서인지 토요일의 첫 리뷰에서 만난 사진들은 기대 이상이었다. 조금 후한 듯한 박태희 작가의 칭찬에 참가자들은 의기양양해졌지만 이름을 밝힐 수 없는(?) 또 다른 강사는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인지 서슴없이 직격탄을 날려 그 넓은 강의실을 이따금 싸늘하게 만들기도 했다. 별도의 장소에서 진행된 기초반의 첫 리뷰에선 신미식 작가의 친절함이 비단결 같았다는 후문이 들려왔다.
이름 밝힐 수 없는 강사의 직격탄
리 노을지는 마을 갯벌에서 시작한 31일은 시작부터 무거웠다. 장화를 빌리지 못한 이들은 본의 아니게 맨발의 투혼을 불살라야했다. 모두가 갯벌에선 몸놀림이 신중해졌다. “당최 발이 움직여야 말이지….” 비틀거리는 이, 넘어지는 이도 있었지만 카메라만은 하늘 높이 들어 사수하려는 자세가 아름다웠다. 걷기도 하고 경운기를 얻어 타기도 하면서 갯벌 깊숙한 곳까지 흘러들어갔다.
간이 빗방울도 떨어졌다.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바지락을 캐러 나온 주민들을 찍다 보니 참가자들의 마음이 더 진중해지기 시작했다. 단 한 번도 제대로 허리를 펴지 않고 작업에 몰두하는 나이 지긋한 주민들의 모습에선 노동의 엄숙함과 경건함이 떠올랐으니 그럴 만도 했다. 출발하는 날 부랴부랴 카메라를 구입하고 워크숍에 참가한 허순임(45ㆍ제주)씨는 잠시 카메라를 비껴 매고 주민들에게 말을 건네가며 바지런히 바지락을 캤다. 허씨는 워크숍이 끝나고 열흘 뒤 열린 심사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봉에서 태안해안국립공원사무소 최현진씨의 안내를 받으며 시작한 해변길 탐방은 기지포를 거쳐 창정교까지 이어졌다. 해변을 오른쪽으로 끼고 쭉 이어진 산책로는 바다에서 날아온 고운 모래와 소나무의 낙엽으로 이루어져 퍽 부드러웠다. 맨발로 걸어도 좋겠다. 오전부터 간헐적으로 떨어지던 빗방울이 마침내 줄기가 되어 쏟아져 사진 찍기가 힘들 정도에 이르렀다.
참가자들의 반격에 분위기 후끈
로 돌아온 일행은 다시 사진 리뷰를 위해 사진을 골랐다. 이 날은 세 명의 강사와 전체 참가자들이 한자리에서 리뷰를 했다. 과연 사진은 감성의 산물이 맞는 것 같다. 무거웠던 이 날의 분위기 탓인지 첫날 리뷰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참가자들이 많았다는 것이 강사들의 대체적인 평이다.
풀이 자리로 옮긴 참가자들은 사진에 대한 열정을 이어나갔다. 전혀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어떤 참가자가 “강사들의 사진도 한번 볼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말하자 군데군데 찬성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참가자들의 반격이 시작된 것 같은 후끈한 분위기와 함께 말로 찍는 사진의 성찬 속에 워크숍의 짧은 여름밤은 금방 깊어져 갔다.
곽윤섭기자 kwak1027@hani.co.kr
태안 해안국립공원에서 3박4일 동안 진행된 <한겨레 포토워크숍>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박영신씨의 작품
다음날 아침의 첫 행선지는 천리포수목원. 처음 카메라를 잡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꽃을 첫 모델로 삼는다. 참가자들은 천리포수목원의 홍보담당 최수진씨의 친절한 설명을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꽃에 렌즈를 들이대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살랑살랑 나비들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지켜보던 최수진씨가 웃으면서 말했다. “여기 나비들은 모델 끼가 있나 봐요. 잘 도망가지 않으니 편하게 찍으세요.”
태안 해안국립공원에서 3박4일 동안 진행된 <한겨레 포토워크숍>에서 촬영된 송근옥씨 품.
태안 해안국립공원에서 3박4일 동안 진행된 <한겨레 포토워크숍>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허순임씨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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