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형 민간투자 시공업체
날림 복구에 시민들 부상
“사과커녕 소송하라” 분통
날림 복구에 시민들 부상
“사과커녕 소송하라” 분통
지난달 19일 밤 10시15분께 광주광역시 북구 중흥3동 ㅇ횟집에서 24년 동안 영업해온 박금수(57)씨는 인근 시장에서 다음날 쓸 상추와 깻잎을 사서 돌아오던 길이었다. 100㏄ 오토바이를 몰던 박씨는 가게 부근 골목길에서 움푹 꺼진 구멍에 바퀴가 빠지는 바람에 그대로 나뒹굴고 말았다.
도로를 파내고 하수관을 묻은 뒤 메우면서 길이 150㎝, 너비 70㎝, 깊이 15㎝ 구멍이 남았는데도 몰랐던 탓이었다. 박씨는 이 사고로 한쪽 무릎의 인대와 연골이 손상되는 전치 6주의 부상을 당했다. 생업 수단인 오토바이도 박살났다. 수술을 받은 박씨는 10월 중순까지 깁스를 해야 한다.
지난 6월30일 오전 10시40분께 광주 북구 우산동 주택가 도로. 요양보호사 김수정(49)씨는 이사할 집을 둘러보고 나오다 마침 작업중인 이삿짐 차를 만났다. 김씨는 이사 때를 대비해 이삿짐 차에서 명함을 받아 돌아서는 순간 하수관 공사 뒤 남은 구멍을 딛고 말았다. 도로 한복판에 길이 200㎝, 너비 30㎝, 깊이 15㎝ 구멍이 숨어 있었다. 몸의 중심을 잃고 넘어진 김씨는 오른발 뼈가 부러져 전치 5주의 진단을 받았다. 발바닥에 고정용 금속핀을 심은 김씨는 여섯달 뒤 제거 수술까지 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광주시가 임대형 민간투자사업으로 발주한 ‘분류식 하수도 공사’ 현장에서 주민들이 다치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 공사는 2010년 5월~2013년 4월 1157억원을 들여 광주 북구 일대에 분류식 하수관을 150㎞가량 설치하는 사업이다. 완공되면 광주시는 20년 동안 투자회사에 건설비와 5% 남짓한 이자를 제공한다. 현재 공정은 33%에 이르렀다.
하지만 공사 현장의 도로 굴착면 곳곳에 콘크리트 되메우기가 부실한 탓에, 행인의 부상이 잦고 차량 소통에 지장을 준다는 불만이 높다.
박씨와 김씨는 최근 분류식 하수도 공사 시공업체인 에스케이건설 대표이사와 하청업체인 대창건설 현장소장 등을 업무상 과실치상 등의 혐의로 광주북부경찰서에 고소했다. 박씨는 “공공사업 현장에서 사람이 다쳤는데 누구 하나 쳐다보지도 않는다”며 “광주시도, 대기업도 사과는커녕 소송을 할 테면 해보라는 식”이라고 분개했다. 김씨는 “도로 한가운데 움푹 꺼진 구멍이 있을 줄 꿈에도 몰랐다”며 “안전표지판도 없고 되메우기조차 엉성해 같은 장소에서 여러 사람이 다쳤다”고 호소했다.
광주시 하천수질과 관계자는 “공사 현장이 하도 많고, 임시포장 상태로 1주일 이상 방치되거나 차량이 통행하면서 울퉁불퉁해진 장소가 일부 있었다”며 “다시는 시민이 다치는 일이 없도록 안전을 챙기겠다”고 답변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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