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중국 등 다문화 이주여성들이 31일 경기 시흥시 은행동 대우3차 아파트 윗단지 상가 1층에 자리잡은 ‘해피맘 나눔가게’에 공급할 빵을 굽고 있다.
이주여성들의 ‘해피맘’ 이어
저소득층 생산품 판매하는
‘서로 좋은 가게’ 1호점 개장
2014년까지 55곳으로 확대
저소득층 생산품 판매하는
‘서로 좋은 가게’ 1호점 개장
2014년까지 55곳으로 확대
“나무가 아무리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뻗고 싶어도 이 세상 어딘가의 흙 위에 설 자리가 없다면 나무는 존재할 수도 없다. 이와 같이 사람 또한 정치·경제·사회·문화적인 자기영역, 즉 사람으로서의 제자리를 만들고 누리기 이전에 땅 위에 먼저 서야 하고 설 자리가 있어야 한다." 철거민들과 함께 도시빈민운동을 벌이면서 사회복지법인 ‘복음자리’ 초대 이사장을 지낸 고 제정구 의원은 생전에 이렇게 말했다.
다문화 이주여성의 경제활동 공동체로, 고 제정구 의원의 정신을 구현해가고 있는 ‘해피맘 나눔가게’를 31일 찾았다. 경기 시흥시 은행동 대우3차 아파트 윗단지 상가 1층에 자리한 33㎡ 남짓한 매장은 갓 구워낸 13종류의 빵 냄새로 가득했다. 이 빵들은 중국과 베트남 등 6명의 이주여성들이 ‘복음자리’ 산하 작은자리종합사회복지관에서 지난 1년간 배운 제빵기술로 만든 것이다.
한국에 시집온 지 올해로 4년째인 베트남인 판티팡(27)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근무하고 매달 50만원을 받는다. 그녀는 “남편도 좋아하고 한글도 배우고 이제 점차 한국에 뿌리를 내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작은자리종합사회복지관이 이주여성들과 함께 시흥시로부터 마을기업으로 선정받아 지난 7월18일 문을 연 ‘해피맘’은 현재 하루 20만∼30만원의 매상을 올리고 다른 취약계층도 지원할 수 있을 만큼 쑥쑥 자라고 있다.
이날 오후 ‘해피맘’에서 500여m 떨어진 곳에서는 김문수 경기지사와 김윤식 시흥시장 등이 참가한 가운데 ‘서로 좋은 가게’ 1호점이 문을 열었다. ‘서로 좋은 가게’는 경기도와 경기광역자활센터가 저소득층이 생산한 우수 상품의 판매 활성화를 위한 만든 판매시설이다. 복음자리 산하 ‘시흥 작은자리 지역자활센터’가 경기광역자활센터에 신청해 이번에 1호점을 내기에 이르렀다.
82㎡평 남짓한 매장에서는 친환경 생활용품에서 건강식품, 가공식품, 신선식품, 잡곡류까지 다양한 상품이 판매된다. 모든 제품은 전국의 자활 참여주민과 장애인, 노인 등 사회 취약계층이 생산한 것들이다.
시흥 작은자리 지역자활센터 최정은 관장은 “취약계층 주민들이 스스로 만든 생산품을 팔아서 자립하는 기반을 만들려고 노력했지만 판매 경로가 없어 어려움이 컸다”며 “고 제정구 선생이 말씀하셨듯 가난한 주민들이 스스로 삶의 공동체를 일구는 중심에 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는 이날 문을 연 서로 좋은 가게를 2014년 말까지 55곳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글·사진/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사회 취약계층의 생산품을 팔기 위해 만들어진 경기 시흥시 대야동 ‘서로 좋은 가게’ 1호점이 문을 연 31일 주민들이 진열된 상품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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