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강도자미술관
운영비 감당 어려워
고려청자 등 84억에
고려청자 등 84억에
국내 최초의 도자박물관인 경기 이천시 신둔면 수광리 해강도자미술관(사진)이 매물로 나왔다. 도예인들은 “한국 도예의 산실이자 자존심이 무너지는 가슴 아픈 현실”이라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국제대학(경기 평택시 장안동)은 해강도자미술관을 팔기 위해 지난 6월 일간지에 ‘부동산 및 동산(도자기) 매각 공고’를 싣고 지금껏 매수자를 물색 중이다. 매각 물건은 토지와 건물, 도자기(고려청자 외 1044점) 등을 합쳐 84억8천여만원이다. 이는 2009년 12월 교육과학기술부 감사에서 “학교 기본재산으로 소유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고려청자 재현에 평생을 바친 해강 유근형(1894~1993) 선생은 1990년 5월 이 도자미술관을 설립한 뒤 해외 전시·박람회를 통해 우리 도자를 세계에 알렸다. 보물 제1573호 ‘청자양각연판문접시’(고려시대 제작)를 비롯한 도자 유물과 해강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이 미술관은 도자 유적지 발굴과 학술 조사에도 힘을 기울여왔다. 2002년 월드컵 경기 때는 ‘경기도 관광 베스트 30’으로 꼽혔고, 2년마다 열리는 세계도자비엔날레 등 경기도 국제 행사 때 ‘가볼만한 곳’으로 선정되는 등 관광 필수 코스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연간 3억~4억원씩 들어가는 운영비 감당이 어려워진 미술관은 2008년 5월 국제대학으로 넘어갔고, 대학 역시 적자에 허덕이다 이듬해 6월 미술관을 휴관했다. 이천시는 청와대에 ‘역사성과 문화적 가치를 고려해 국제대학이 미술관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내용의 건의서를 보낸 데 이어, 최근 경기도에 도립화를 요청했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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