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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품바 경찰’ 범죄 물렀거라 얼쑤~

등록 2011-09-08 22:29

‘포돌이 품바’로 노인들의 인기를 끌고 있는 청주 상당경찰서 윤상섭 경사가 지난달 31일 청주시 금천동 주민센터에서 품바 공연을 하고 있다. 윤상섭 경사 제공
‘포돌이 품바’로 노인들의 인기를 끌고 있는 청주 상당경찰서 윤상섭 경사가 지난달 31일 청주시 금천동 주민센터에서 품바 공연을 하고 있다. 윤상섭 경사 제공
사람과 풍경 상당서 윤상섭 경사의 이색 범죄예방교육
비번 때마다 연지·곤지 찍고
각설이 변신 경로당 등 찾아
공연 곁들인 입담 ‘귀에 쏙쏙’
범인검거 실적도 지구대 1위
‘두 얼굴의 사나이’가 있다.

충북 청주 상당경찰서 성안지구대 윤상섭(49·사진) 경사다. 윤 경사는 근무 시간에는 누구보다 반듯한 경찰관이지만, 비번 때는 딴 사람이 된다. 누더기 옷에 연지·곤지를 찍고 더벅머리를 하고 엿장수 가위까지 든 그는 영락없는 ‘거지꼴’로 변신하는 것이다.

그가 거지로 분장하기 시작한 것은 2007년 초부터다. 경로당, 공원 등을 돌며 노인 등에게 전화 사기(보이스피싱), 날치기, 빈집털이 등 범죄 예방 교육에 나섰지만, 누구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자 그는 거지가 되기로 작심했다. 그가 생각한 ‘거지’는, 노인들을 즐겁게 한 뒤 꼭 필요한 범죄 예방 교육을 하겠다는 ‘큰(巨) 뜻(志)’을 지닌 사람이다.

인터넷 누리집 등을 뒤져 ‘품바 공연’과 ‘각설이 타령’ 등을 홀로 익혔다. 느닷없는 남편의 기행에 아내 김진희(47)씨의 지청구가 이어졌다. 부인의 눈초리가 매서워지자 결국 집을 나섰다. 장구, 가위 등 공연 소품을 챙겨 들고, 아예 작곡을 하는 선배의 사무실 한켠에 연습장을 마련하고 틈틈이 품바 타령을 익혔다.

1년 남짓 연습 끝에 어엿한 거지가 된 그는 2008년 2월 청주시 사직2동 경로당에서 첫 무대에 섰다. “얼씨구씨구 들어간다. 절씨구씨구 들어간다”는 타령에다 걸죽한 입담까지 곁들인 그의 재기에 이내 경로당은 웃음바다가 됐다. 30여분 공연 뒤에 전화 사기 예방 전단지 등을 노인들에게 나눠주고 범죄 예방 교육을 했다. 그야말로 ‘귀에 쏙쏙’ 내려앉는 감칠맛나는 범죄 예방 교육은 효과 만점이었다.

지금까지 80여차례 품바 공연을 했다. 지난달 31일에는 청주시 금천동 주민센터 마당에서 노인 4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재담을 늘어놨다. ‘포돌이 품바’라는 명성이 퍼지면서 지금은 공연 주문이 줄을 잇는다.

윤 경사는 “간혹 바쁘고 힘에 부치기도 하지만 제 작은 재주가 여러 어르신들을 즐겁게 한다면 기꺼이 달려갈 생각”이라며 “뜻있는 경찰을 모아 봉사단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품바 경찰로 알려졌지만 그는 누구 못지 않은 엄정한 경찰관이기도 하다. 지난 5월 청주시 남문로 가구점 골목에서 강도(26)를 격투 끝에 검거해 충북지방경찰청장 표창을 받는 등 1990년 3월 경찰 배지를 단 이후 지금까지 주요 범인 검거와 대민 봉사 공로 등으로 40여차례 표창을 받았다. 지금도 지구대 안에서 범인 검거 1위를 달리고 있을 정도다.


그는 “품바로 외로운 노인들의 든든한 아들 노릇을 하는 동시에, 주민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열심히 순찰하고 범인을 검거하는 경찰다운 경찰이 되려 힘쓰겠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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