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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내 언어의 뿌리는 밑바닥 존재들의 삶”

등록 2011-09-09 17:55

성공회 김대술(52) 신부
성공회 김대술(52) 신부
노숙인 돌보며 ‘시인의 꿈’ 이룬 김대술 신부
‘시와 문학’ 여름호로 정식등단
사제서품 뒤 30년만에 이룬 꿈
‘거리의 사람들’과 7년 동고동락

노숙인들을 돌보는 경기 ‘수원 다시서기지원센터’ 소장인 성공회 김대술(52·사진) 신부가 30여년만에 시인의 꿈을 이뤘다. 김 신부는 계간 시전문지 <시와 문화> 올해 여름호에서 ‘고등동 여인숙’ 등 3편의 시로 등단했다.

추천 작가이지만 김 신부는 “바닥에서 존재하기 위해 허덕이는 모든 것은 저를 울리는 존재들”이라며 “이들의 기쁨과 서러움을 시로 승화시켜내려한다”고 말했다.

제주 출신인 김 신부가 ‘시인의 꿈’을 키운 것은 제대한 뒤인 지난 1980년대다. 그는 “신춘문예에 수도 없이 응모했지만 번번이 떨어졌다”며 “당시에는 공부도 부족했고 객기로 시를 썼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시인의 꿈을 잠시 접은 그는 99년 성공회 사제로 서품을 받은 뒤 경기 남양주시 마석에서 외국인 노동자들과 한센병 환자들을 돌보는 일을 맡았다. 이곳에서 3년을 보내고 강화도 농촌교회에서 3년, 그리고 서울 봉천동에 있는 가족 단위 노숙자를 돌보는 살림터에서 3년을 지냈다. 2005년부터 경기 수원역 앞에서 노숙인들을 돌보는 일을 해온 것이 올해로 7년째를 맞고 있다. 줄곧 낮은 곳에서 소외된 이들을 돌봐온 셈이다.

“비좁은 사무실에서 노숙인들과 함께 하며 후각을 잃었던 적도 있었다”는 김 신부는 “일은 힘들어도 내 체질에 맞다”며 환하게 웃었다. 제주도에서 보낸 어린 시절, 식구들을 먹이기 위해 추운 겨울날에 서너마리의 생선을 줄에 꿰어들고 귀가하던 아버지의 처연함 때문이었을까? 농촌에서는 농민들과 함께 농사짓던 ‘농사꾼 신부’에서 이제는 거리의 ‘노숙인 신부’로 행로를 이어가고 있다.

노숙인들을 볼 때 마다 “수원역에 예수님이 누워 계신다고 생각했다”는 김 신부는 “예수님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어려운 이들의 한 가운데 계신다”고 했다. 신부로서 13년째, 한 고비 한 고비 쉽지 않았지만 2년 전부터 1주일에 한 번씩 체계적인 시 공부를 틈틈히 해온 그는 이번에 마침내 등단에 이르렀다.

“착한 사제가 되는 일, 하나는 시인이 되는 일” 두 개의 꿈을 지녔던 그는 “이제야 아장아장 걸음마를 걷게 됐다”고 말했다. 노숙인들의 절망의 현실을 빗댄 시 ‘아이거 북벽’에서 김 신부는 “아이거 북벽/인적 끊긴 수원역 북쪽에 있다”고 했다. “제가 사회적으로 큰 앎은 없지만 보고 느낀 것을 시를 통해서 이야기하고 싶어요” 김 신부의 소박한 바람이다.


수원/글·사진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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