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단 “폭우에 배수로 막혀…공군부대 원인 아니다”
주민들 “예방 소홀탓 인재” 국가 등 상대로 손배소송
주민들 “예방 소홀탓 인재” 국가 등 상대로 손배소송
지난 7월27일 18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우면산 산사태는 짧은 시간에 폭우가 쏟아져 지반이 약해진데다 흘러내린 돌과 흙, 나무가 배수로를 막아 일어났다는 원인조사 결과가 나왔다. ‘산사태가 사실상 천재지변’이라는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피해 주민들은 ‘서울시와 서초구청 등의 예방책 미비나 대응 소홀로 인한 인재’라고 반발해 논란이 예상된다.
지반공학·지질학 전문가 등 16명으로 짜인 우면산 산사태 원인 조사단(단장 정형식 전 한양대 교수)은 서울 서초구 방배동 래미안·신동아아파트와 형촌·전원마을 등의 피해 조사와 전문가 자문회의를 거친 최종 조사 결과를 15일 서울시청 브리핑실에서 발표했다.
조사단은 집중호우를 가장 큰 사고 원인으로 꼽았다. 정형식 조사단장은 “우면산 산사태는 7월26일 오후 4시20분부터 다음날인 27일 아침 7시40분까지 서초동에 230㎜, 남현동에 266.5㎜의 집중호우가 내려 지반이 약해진 상태에서, 다시 27일 아침 7시40분부터 1시간 동안 서초동 85.5㎜, 남현동 112.5㎜의 비가 내림에 따라 지반이 붕괴하면서 일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단장은 “방배동 래미안·신동아아파트는 집중호우와 더불어 산비탈의 나무가 쓰러지며 소규모 댐 구실을 하다 갑자기 붕괴돼 피해가 커졌다”고 말했다.
조사단은 산사태가 시작된 곳이라는 주장이 나왔던 우면산 정상의 공군부대는 산사태의 직접 원인으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놨다. 공군부대 경계 부분의 석축과 철책이 다소 유실됐지만 군부대 도로, 배수시설 등이 양호해 산사태의 원인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피해 주민 일부는 ‘산사태는 인재’라며 서초구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낸 상태다.
주민 6명이 숨진 전원마을 부녀회장인 이복선(60)씨는 “천재는 인간의 힘으로 안 되는 어쩔 수 없는 사고를 말하는데 이번 사고는 집중호우를 고려해도 서초구청이나 서울시의 예방조처가 미흡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9월 태풍 곤파스로 쓰러진 우면산 나무들을 치워달라고 주민들이 서초구청에 거듭 요구했지만, 산사태가 날 때까지 나무를 치우지 않아 폭우에 쏟아져내린 나무 등이 배수구를 막으면서 피해를 키웠다”고 말했다.
서울환경운동연합도 이날 논평을 내어 “조사단은 우면산의 집중강우를 왜 예측하지 못했는지, 산사태 예방 대책이 적정했는지, 서울시와 자치구들이 적절히 대응했는지 등은 조사하지 않았다”며 “서울시 등의 책임을 감춰주려는 조사 결과”라고 비판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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