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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사람잡는 멧돼지’ 뾰족수 없나

등록 2011-09-18 20:55

농작물피해 이어 사망사고 등 인명피해 잇따라
전국 17만마리 추정…증식 빠르고 포획 어려워
“멧돼지가 무서워 밭에도 못 나가겠어요!”

지난달 29일 멧돼지에게 물려 1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치는 사고를 겪은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신기리 죽전마을 주민들은 사고일로부터 보름 이상 지났지만 여전히 두려움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당시 사고로 친구를 잃은 죽전마을 이장 김재호(58)씨는 “사고가 나기 전에 몇 번이나 면사무소와 구청에 요청하고서야 엽사가 마을에 와서 총을 몇 방 쏘고 갔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며 “또다시 피해를 당할까봐 마을 주민들이 자기 밭에도 함부로 가지 못하고 있는데 아무런 대책이 없다니 답답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멧돼지 개체 수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멧돼지의 횡포가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단계를 넘어 인명 피해까지 내는 상황에 이르렀다. 도심에 출현한 멧돼지도 2009년 31마리에서 지난해에는 122마리로 늘어났고, 올해 들어서는 5월 말까지 벌써 47마리나 나타났다.

지난달 이후 발생한 멧돼지의 대인 공격 사례들을 살펴보면, 멧돼지가 사람을 물어 숨지게 한 첫 사고로 환경부가 공식 집계한 지난달 29일 사고도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달 7일 아침 6시15분께 충북 제천시 의림동 주택가에서는 출근하던 시민이 멧돼지에게 왼쪽 다리를 물리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달 16일 아침 6시30분께는 경남 통영시 산양읍에서 밭일을 하던 노인이 멧돼지의 공격을 받아 갈비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18일 환경부가 조해진 한나라당 의원에게 낸 자료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 산악지대에는 1㎢당 3.5마리의 멧돼지가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남지역이 1㎢당 7.1마리로 서식밀도가 가장 높았다. 지난해 멧돼지에 의한 농작물 피해액은 63억4643만원에 이르렀고,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은 29억8238만원의 피해 보상 예산을 마련해야 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시·군별로 3~4개월 한정된 지역에 수렵을 허용하는 것 말고는 멧돼지 개체 수를 적정 수준으로 낮추는 뾰족한 방안이 달리 없다. 멧돼지 수는 정확한 근거는 없지만 적어도 17만마리는 넘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지금 같은 제한된 수렵만으로는 2009년에 21개 시·군에서 2만4264마리를 잡는 데 그쳤고, 지난해에는 구제역 사태로 더욱 줄어 20개 시·군에서 8648마리를 잡았을 뿐이다. 올해는 27개 시·군에서 3만여마리를 잡을 계획을 세워뒀다. 2살 이상 암컷 멧돼지 1마리당 해마다 6~8마리의 새끼를 낳기 때문에, 이런 수렵 속도로는 멧돼지 개체 수 증가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다.

국립환경과학원 김원명 박사는 “해마다 멧돼지 전체의 60%는 없애야 개체 수 증가를 억제할 수 있는데, 현재의 수렵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멧돼지가 다니는 길목에 포획틀을 설치하는 방안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야생동식물보호관리협회 이명재 부장은 “멧돼지는 행동반경이 매우 넓기 때문에 현재 시·군 단위로 운영되는 수렵장을 도 단위로 광역화해야만 제대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전국을 한시적으로 수렵장화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창원/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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