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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청주 옛 담배공장서 공예예술 불지핀다

등록 2011-09-18 20:57

국제공예비엔날레 21일부터
60개국 작가 3천여명 참가
담배 역사·제조법 등 소개도
여성 노동자들이 1970년대 한국 최대 담배공장이었던 청주 연초제조창에서 담배를 만들고 있다.(위) 2011 청주 국제 공예 비엔날레 초대국가인 핀란드관의 전시 작품.(아래) 청주 국제 공예 비엔날레 조직위원회 제공
여성 노동자들이 1970년대 한국 최대 담배공장이었던 청주 연초제조창에서 담배를 만들고 있다.(위) 2011 청주 국제 공예 비엔날레 초대국가인 핀란드관의 전시 작품.(아래) 청주 국제 공예 비엔날레 조직위원회 제공
충북 청주시 내덕동(안덕벌)은 지금도 담배공장 마을로 불린다. 해방 직후인 1946년 11월1일 경성전매국 청주연초공장이 문을 연 뒤 1999년 6월 폐쇄되기까지 53년 사이에 지역경제를 쥐락펴락하다시피 한 적도 있었다. 한국 최대 규모인 이 담배공장(12만2000여㎡)에서는 2000~3000명이 일하면서 해마다 담배 100억개비를 생산해, 국내는 물론 일본·동남아시아 등 17개국에 내다팔았다. 옛 전매청 퇴직자 모임인 ‘전우회’ 청주지회 이정균(67) 총무는 “70년대 중반 호황기 때 월급날(25일)이면 공장 주변에 장이 설 정도로 대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장 기계가 서고 노동자들이 빠져나가면서 ‘시끌벅적’ 대신 ‘고요’와 ‘적막’이 남았다. 폐공장에는 켜켜이 먼지가 쌓였고 마을은 생기를 잃었다.

이곳에서 오는 21일부터 다음달 30일까지 60여개국 3000여명의 공예작가가 참여하는 ‘2011 청주 국제 공예 비엔날레’가 열린다. 1999년 이후 7번째인 이번 비엔날레는 국내 첫 ‘아트 팩토리’ 형태의 국제 공예전이다. 예술(아트)과 공장(팩토리)이 만난 아트 팩토리는 버려진 공장 건물 등을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발전소 건물을 미술관으로 탈바꿈한 영국 런던의 테이트모던 갤러리, 철도역을 개조한 프랑스 파리 오르세 미술관, 방직공장이었던 독일 슈피너라이 등이 손꼽히는 보기들이다.

전시장인 폐공장동(5만5561㎡)에 들어서면, 회색 벽면과 50여년 세월에 밴 담배 냄새가 과거로 시간여행을 유도한다. 담뱃잎을 쌓았던 1층 물류창고는 주차장으로 바뀌었고, 담배를 찌고 말렸던 훈증실과 제조·실험실이 있던 2층, 담배를 말던 3층 궐련실이 전시 공간이 됐다. 정준모(54) 비엔날레 전시감독은 “제조창 공장은 높이 6m 넘는 천장, 간격이 9m가 넘는 기둥 사이 등 공간이 시원시원하다”며 “때묻지 않으면서도 단순한 공장 분위기가 정교하면서도 화려한 공예 작품들을 더 도드라지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폐공장을 예술공간으로 탈바꿈했듯이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는 ‘유용지물’이다. 삶에 녹아 있는 공예의 아름다움과 쓰임새에 초점을 맞췄다.

본전시 작품을 선보이는 3층 ‘오늘의 공예’관에는 윌리엄 모리스, 파블로 피카소 등 거장 199명의 명작 886점과 비엔날레 초대국가인 핀란드 작가 158명의 860점이 전시된다. 특별전 ‘의자 걷다’가 열리는 2층 전시실에는 건축가·화가이자 가구 디자이너였던 프랑스의 르코르뷔지에 등 145명의 의자 작품 433점과, 이번 비엔날레 공모전 대상작인 전상우씨의 ‘백자 구조를 말하다’ 등 입상자 172명의 193점이 전시된다.

담배공장에 서린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담배 관련 공예품들을 전시하고, ‘식후 연초’의 해답 등도 재미있게 제시한다. 청주연초제조창 소속이던 고상돈씨가 1977년 한국인 최초로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사연도 알리고 있다.

변광섭 청주비엔날레 기획홍보부장은 “폐공장으로 속을 썩였던 연초제조창이 비엔날레를 계기로 한국 최대 전시관이자 첨단 공예산업의 요람으로 재탄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주/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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