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댐수위 낮추라는 정부와 마찰…물길 변경안 다시 제안
선사시대 문화유적인 울산 울주군 언양읍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 보존과 관련해 사연댐 수위를 낮추는 방안을 놓고 정부와 마찰을 빚어온 울산시가 다시 정부에 댐 수위를 낮추는 대신 물길을 바꾸는 방안을 내놓았다. 울산시민의 식수원인 사연댐 상류에 있는 반구대 암각화는 해마다 우수기와 갈수기에 침수와 노출이 반복되면서 풍화와 침식에 따른 훼손이 심각해 보존 방안을 둘러싸고 논란을 빚어 왔다.
박맹우 울산시장은 21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반구대 암각화의 보존 대책으로 차수벽 또는 생태제방 설치 및 터널형 물길 변경 2개안 등 4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울산시는 반구대 암각화보존을 위해 지난 2003년 서울대 석조문화재 보존과학연구회의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차수벽 설치, 물길 변경안 등을 정부에 건의했으나 댐 수위를 낮추자는 정부 안과 마찰을 빚으며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후 시는 지난해 6월 정부의 대구·경북권 맑은 물 공급사업과 연계해 경북 청도 운문댐 물을 하루 7만t씩 울산에 끌어오는 조건으로 사연댐의 수위를 낮추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최근 맑은 물 공급사업이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나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박 시장은 이날 회견에서 4가지 대안의 장점으로 2~3년의 빠른 시간 안에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암각화 침수 방지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그는 “사연댐 수위를 낮춘다 해도 암면 밑부분이 물에 잠기는 한 모세관 현상에 의한 암각화의 훼손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시의 대안은 암각화 앞의 물길을 완전히 차단함으로써 이 문제를 근원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울산시의 대안은 암각화 주변 자연형상과 환경의 변화가 불가피하고, 공사 중의 소음·진동과 공사 뒤의 환경 변화에 따른 악영향이 크게 우려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특히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반구대 암각화에 대해 주변 형상을 변화시켰을 때 끼칠 영향에 대해서 박 시장 스스로도 “깊이 있게 검토해보진 못했다”며 “형상 변경이 심하면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불리하다는 얘기는 전문가들한테서 들었다”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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