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영동군 용산면 부상리 질골 주민들이 28일 오후 옛 부상초 터에 자리잡은 옹기공방 ‘토사랑 도예마을’ 마당에서 질골 막장 소리를 시연하고 있다. 충북 영동군청 제공
사람과 풍경 막장소리 재현하는 영동군 질골마을 사람들
옛 최대 형석광산 광부 등 힘모아
84년 폐광뒤 사라진 ‘노동요’ 복원
옛 최대 형석광산 광부 등 힘모아
84년 폐광뒤 사라진 ‘노동요’ 복원
충북 영동군 용산면 부상리 질골 광산의 막장 소리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 영동에서 가장 먼저 해를 만나는 부상리의 질골은 살기 좋고 길한 마을 ‘길곡(吉谷)’이었지만 지금은 ‘질골’로 불리고 있다. 주민들은 “그냥 질(제일)로 좋은 마을”이라고 했다.
산세가 수려해 명성황후의 5촌 조카가 99칸 기와집을 짓고 살기도 했지만, 시쳇말로 마을이 제일 잘나간 것은 광산이 번성했을 때다. 조선시대 중엽 개발된 형석 광산은 일제강점기엔 한꺼번에 800~900여명이 일할 정도로 규모가 컸다. 광산 탓에 징용도 피해갔으며, 다른 마을이 보릿고개로 주린 배를 쥐는 사이 질골은 부른 배를 두드릴 정도였다.
그러나 1984년 경부고속도로 확장 공사 때 광산 문을 닫으면서 마을도 바람 빠진 풍선처럼 쪼그라들었다. 광산을 쩌렁쩌렁 울리던 ‘질골 막장 소리’도 폐광 안에 매몰됐다.
막장 소리 속에 청춘을 보낸 최경근(86)·박봉근(86)씨 등과 이들의 소리를 듣고 자란 민병제(75) 질골 전통민속보존회장 등 마을 주민들이 질골의 막장 소리를 다시 캐냈다. 구전돼 온 막장 소리를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광산에 들고(입장), 광물을 캐고(쌍망이질 소리), 탄을 나르고(목도소리), 마을의 번영을 빌고(꽃반굿), 잔치를 벌이는(신명풀이) 광산의 하루는 ‘질골 광산 놀음’으로 재탄생했다.
“어허 산이야, 때리고 때려라, 너도 산이야, 산이가 산이고, 어허 산이야~”가 되풀이되는 쌍망이질 소리는 두 광부가 곡괭이·망치로 돌을 깨면서 호흡을 맞추느라 불렀고, “허여 허여 허여 호, 허여 허여 헤야 하저~”라는 소리가 반복되는 목도소리는 걸음 빠르기, 방향, 발 디딜 곳 등이 소리 안에 담겨 있다.
민 회장과 마을 주민 60여명은 ‘질골 막장 소리’를 들고 다음달 6~9일 전남 여수에서 열리는 52회 한국민속예술축제에 참가할 참이다.
민 회장은 “질골 막장 소리는 전국적으로 몇 안 되는 광산 노동요로 흥겹고, 절도있는 음으로 힘겨운 노동을 즐거운 놀이로 바꾸는 매력이 있다”며 “소리를 아는 광부들이 사라지기 전에 질골 소리가 국가지정 문화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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