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임실군 신덕면 오궁리미술촌의 작업실이 관리가 제대로 안 돼 벽면과 천장에 곰팡이가 슬어 있다. 미술촌장 전병관씨가 곰팡이가 슨 부분을 가리키고 있다.
임실 오궁리미술촌, 천장 새고 바닥 뜯겨 ‘붕괴위기’
전시관은 5년째 폐쇄…“군·교육청 16년간 지원 없어”
전시관은 5년째 폐쇄…“군·교육청 16년간 지원 없어”
비가 내리던 지난달 29일 오후 폐교를 활용한 전북 임실군 신덕면 오궁리미술촌을 찾았다. 5년째 폐쇄한 미술전시관으로 먼저 들어섰다.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형광등이 켜지지 않았다. 화재를 우려해 전원을 내려놓았다고 했다. 바닥 일부가 뜯어져 있었다. 화장실 변기의 물도 내려가지 않았다.
폐교 전에 교실로 쓰였던 작업실에 들어갔다. 천막으로 가려놓은 천장은 비가 샜다. 기둥 곳곳에 곰팡이가 슬었다. 한국화를 전공하는 한 화가가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난로를 피워놓았다. 그림 보호를 위해 습기를 제거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여름 호우 때 바닥이 물에 잠겨 작품을 통째로 버릴 뻔했다고 전했다.
전국 최초로 폐교를 활용해 문을 열었던 오궁리미술촌이 붕괴할 위기에 놓였다. 이곳은 1995년 미술가 16명이 참여해 출발했다. 지금은 7명이 여러 이유로 떠나고 9명만 남았다. 이 가운데서도 3명만 이곳에서 살고 나머지는 출퇴근한다.
이곳은 촌장인 전병관(53)씨의 사연에서 시작했다. 조각을 전공한 그가 이탈리아에서 공부한 뒤 1994년 컨테이너 4개 분량의 돌(80t)을 배로 가져왔다. 돌을 수용할 공간을 찾으면서 미술촌이 탄생했다.
2003년 이곳에서 ‘전국 문닫은 학교 연합 예술제’(한국예술촌 전국연합전)가 열렸다. 어려움 때문에 2008~2009년 경남으로 옮겼다가 올해는 다시 여기서 열었다. 농촌 공동체를 위해서도 정성을 기울였다. 아이들을 위해 미술학교를 운영했고, 요양원 등을 방문해 도예체험도 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를 지속하지 못하고 있다.
이곳 작가들은 소유자인 임실교육지원청에 연 270만여원을 사용료로 낸다. 처음에는 800만여원을 냈는데 법이 바뀌면서 줄었다. 하지만 그동안 전북도나 임실군으로부터 보조금 한 푼 받지 못하고 있다. 창작공간을 보수하는 것조차 자치단체와 교육청은 관심이 없다.
촌장 전씨는 “다른 시도는 지자체가 먼저 나서서 도와주려고 하는데, 우리는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 일반 건물도 10년이 지나 노후화하면 주인이 고쳐주지 않느냐”며 “지금까지 사용료를 1억원 이상 냈으니 리모델링해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 입주 작가는 “작품을 전시하는 미술관이 없는 미술촌은 이곳이 전국에서 유일하다”며 “현재 작업실만 겨우 꾸려가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임실군 관계자는 “사회단체 민간경상보조금을 신청해야 지원할 수 있는데, 그쪽에서 신청을 하지 않아 지원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임실/글·사진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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