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 경리관인’ 변경 전(왼쪽)과 후.
“한글 같은데, 이리저리 꼬아놓아서 무슨 글자인지 한눈에 알아보기 어렵다.”
서울시가 1964년부터 47년 동안 각종 회계 관련 서류에 찍어온 도장(회계직인)에 대한 공무원이나 민원인들의 반응이다.
서울시 한글 도장 글씨가 암호문처럼 된 것은 서체가 전서체(篆書體)이기 때문이다. 전서체는 원래 한자에 있던 글씨체인데, 관인의 권위를 높이고 고풍스런 느낌을 살리려고 한글에 도입된 글씨체다.
전서체로 쓴 한글은 글자를 늘여놓고 이리저리 꼬아서 한눈에 보면 무슨 글씨인지 알아보기도 어려운 글씨체가 됐다. 알아보기 쉽고 정확해야 할 공문서에 민원인은 물론이고 공문서를 작성하는 공무원조차 알아보기 힘든 글씨체로 된 도장을 찍어온 것이다. 특히 회계직인은 ‘서울특별시 재무과 분임물품 출납원’ 등과 같이, 서울시 다른 분야 행정의 도장에 견줘 도장 안에 들어가는 글자 수가 많아 더욱 읽기가 복잡하다고 한다.
이런 지적에 따라 서울시는 읽기 어려운 전서체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고, 알아보기 쉽고 아름다운 한글 고유의 훈민정음 창제 당시의 자체로 글자체를 개선해 모든 회계문서에 쓰기로 했다. 시는 서울특별시 회계직인 규칙을 개정해 한글 전서체에서 훈민정음 창제 당시의 서체로 한글날(10월9일)부터 새로 사용한다고 4일 밝혔다.
바뀐 직인 가운데 ‘서울특별시 경리관인’(사진)을 보면, 기존의 꼬불꼬불한 전서체로 만드는 직인 서체가 반듯한 서체로 바뀌어 시민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게 됐다.
회계문서에 새로 쓰는 훈민정음 해례 본체는 “한글의 정통성을 강조했으며 글자체가 간결하고 중후한 멋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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