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 지목 노숙인 4년여 복역중 ‘나는 안죽였다’ 주장
검찰-국과수 등 사망시각·사인 달라…법원 판단 주목
검찰-국과수 등 사망시각·사인 달라…법원 판단 주목
“사람을 죽인 사실이 있나요?” “없습니다.”
10대 노숙 소녀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상해치사)로 경기 수원남부경찰서에 구속된 노숙인 정해철(34)씨는 2007년 5월 말 수원지방검찰청으로 송치된 뒤 첫 조사에서 검사에게 자신의 결백을 호소했지만 묵살됐다.
울산에서 올라와 수원역에서 노숙하던 정씨는 2007년 5월14일 새벽 수원시 권선구 한 고교에서 10대 노숙 소녀 ㄱ(당시 15살)양을 ‘돈 2만원을 훔쳐갔다’며 때려 숨지게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었다. 물증은 없었고, 정씨의 자백만 있을 뿐이었다. 정씨는 혐의가 인정돼 2007년 12월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4년6개월째 복역중이다.
그런 정씨가 이번에는 위증죄로 재판정에 섰다. 수원지검이 사건 발생 7개월 뒤 정씨의 공범이라며 구속했던 ㅈ(당시 16살)양 등 가출 노숙 청소년 4명의 재판에서 “ㅈ양 등은 물론 나도 살인하지 않았다”며, 기존 진술을 바꿔 결백을 주장했기 때문이었다. ㅈ양 등은 대법원의 최종 무죄 판결(<한겨레> 2010년 7월23일치 2면)로 풀려났다.
그러자 검찰은 정씨가 ‘ㄱ양을 때려 숨지게 했다고 해놓고는 허위 진술을 했다’며 위증죄로 추가 기소했고 정씨는 이 재판 1심에서 5개월의 실형이 추가되자 항소했다.
6일 오전 수원지방법원 형사2부(재판장 이은희) 결심 공판에서는 검찰·경찰의 수사 부실을 놓고 검찰과 변호인의 공방이 이어졌다. 핵심 쟁점은 숨진 ㄱ양의 사망 시각과 사망 원인(표 참고)이었다. 검찰과 경찰이 밝힌 사망 시각은 2007년 5월14일 새벽 3시40분께로, 정씨 등이 40여분 폭행하니 숨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변호인쪽 증인으로 나선 이윤성 서울대 교수(법의학)는 “부검 감정서, 변사사건 사진 등을 검토한 결과, 사망 시각은 체온을 잰 시간부터 11시간 이전으로, 사건 전날 자정을 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검찰 쪽 추정과는 최소 3∼4시간 차이가 난다. 검찰 쪽이 “현장에 안 가고 판단할 수 있느냐, 기상 등에 따른 오차를 고려해야 한다”고 따지자 이 교수는 “검토 과정에서 오차들이 반영돼 사망 시각 추정에는 문제가 없고 경찰이 밝힌 사망 시각과 실제 추정 시각은 일치하지 않는다”고 확인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자정 이전에 사망했을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위증 여부가 아니라 상해치사 혐의가 흔들리게 된 것이다. 정씨는 항소심에서 확정된 상해치사 혐의 판결에 대해 지난 7월 대법원에 재심을 청구한 상태다.
정신과 치료 전력이 있고 지능도 다소 떨어지는 정씨는, 애초 자신의 혐의를 인정한 이유에 대해 “혐의를 부정했지만 경찰한테 정강이 등을 얻어맞았다. 더 폭행당할까 무서워 거짓 자백했다”고 말했다. 선고 공판은 오는 27일 열린다.
수원/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수원/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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