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사업보고서에 조사결과 누락 의혹
서울시가 한강을 경인아라뱃길(서해~김포)과 연결하는 서해뱃길사업 추진의 타당성을 주장하는 근거로 내세운 ‘서해 주운사업 기본설계보고서’가 유람선 이용객 수요와 유람선 운항시간 등 기초 사실을 왜곡·은폐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동안 서해뱃길 유람선의 운행시간이 길어 다른 항공편 등 여행상품에 견줘 경쟁력이 없다는 비판은 숱하게 나왔지만, 기본설계보고서에 대한 분석이 본격적으로 나온 적은 없었다.
물류운송 연구자인 임석민 한신대 국제경제학과 교수는 6일 서울시의회가 서울 중구 서소문동 시의회 의원회관에서 연 ‘한강르네상스 공청회’에서 “한강~서해 유람선 이용객 수요예측 등이 날조된 보고서에 기반해 서울시가 사업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서해뱃길 유람선을 이용할 잠재수요를 하루 평균 3761명으로 예측했다. 이에 대해 임 교수는 “수요예측 조사 대상자의 83%가 관광요금이 하루 1인당 5만원을 넘으면 유람선을 이용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는데, 이 내용은 보고서에 빠져 있어 서울시에 정보공개청구를 해서 뒤늦게 파악했다”며 “보고서는 사업 타당성에 유리한 것만 싣고 불리한 것은 은폐했다”고 주장했다. 서해뱃길 유람선 우선협상대상자인 서울국제크루즈가 책정한 6000t급 유람선 3박4일 요금(2인1실 기준)은 하루 28만원이 넘는다.
또 보고서는 한강~서해 선박운항시간을 1시간30분으로 상정해 서울항의 여객수요 분담률을 27.9%로 예측했지만, 선박운항시간을 1시간30분으로 가정한 근거를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임 교수는 “실제 배를 운항하는 해운업체, 도선사 등에 확인한 결과, 한강~서해 선박운항시간이 5시간에서 5시간30분가량으로 조사됐다”며 “용산에서 지하철을 타면 인천까지 1시간이면 가는데 용산에서 유람선을 타면 삭막한 한강을 5시간 넘게 항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보고서는 운항구간별 유람선의 속도를 최대 38노트까지 높였는데, 운행중인 6000t급 국내 유람선의 최고 속도는 15노트가량이다.
임 교수는 실제 유람선 속도와 운항거리, 소요시간을 대입해 분석하면, 보고서가 사례로 언급한 서울~상하이 5박6일 크루즈 일정은 관광할 시간이 나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5박6일(5.5일 총 132시간) 일정 가운데 항해시간이 103시간이고, 나머지 29시간 가운데 버스 이동 10시간 등을 빼면 9시간이 남는다. 5박6일 동안 9시간 안에 관광하고 밥을 먹어야 하므로 관광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게 임 교수의 주장이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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