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초·중·고교 20% ‘교실 점심’ 위생 등 우려…시교육청 “예산부족”
“교실에서 밥을 먹으니 냄새가 나요.”
점심 때마다 교실에서 밥을 먹고 있는 울산 동구 녹수초등학교 학생 1100여명은 교내식당에서 밥을 먹는 이웃 초등학생들이 부럽다. 점심을 먹은 뒤 책상과 바닥에 떨어진 음식물을 치우지 않아도 되는 데다 교실에 냄새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학부모들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1학년생 다섯반의 어머니들은 갓 입학한 160여명의 아이들 배식을 돕기 위해 바쁜 시간을 쪼개 날마다 반별로 2~3명씩 돌아가며 학교에 나간다.
학부모들은 “다달이 같은 급식비를 내면서도 내 아이가 6년 동안 교실에서 점심을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속이 상한다”며 “교육당국이 팔짱만 끼고 있지 말고 급식식당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울산의 각급 학교 열 곳 가운데 두 곳이 급식식당이 아예 없거나 부족해 학생들이 교실에서 점심과 저녁을 먹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시교육청은 지역 초·중·고교 199곳 가운데 초등 4곳, 중·고교 13곳 등 17곳(8.5%)은 조리실만 있고 급식식당이 없으며, 23곳(11.5%)은 급식식당이 비좁아 교실과 식당에서 함께 배식을 하고 있다고 14일 밝혔다.
이 때문에 일부 초등학교는 저학년 학부모들이 당번을 정해 학생들의 급식을 돕고 있으나 자원봉사를 하는 학부모들과 가정형편이 어렵거나 맞벌이로 자원봉사를 하기 어려운 부모 사이에 위화감이 조성되고 있다. 또 교실급식을 하는 학교들은 저마다 1층 조리실에서 지은 음식물을 승강기를 통해 고층의 각 교실로 옮겨야 해 자칫 조리보조원과 학생들의 안전사고마저 우려되고 있다.
녹수초등학교 관계자는 “급식식당을 짓는 게 아이들과 학부모, 교사들의 최대 소망”이라며 “임시방편으로 조리보조원을 더 두려 해도 예산이 부족해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급식식당이 없는 학교는 학교급식이 의무화되기 전에 지어진 학교”라며 “급식식당을 지으려 해도 예산이 부족해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울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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