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 과장(오른쪽)이 25일 서울 중랑구 망우동 구세군자활주거복지센터에서 노숙인들에게 취업 상담을 해주고 있다. 구세군자활주거복지센터 제공
망우 자활센터 이정훈 과장
“몸 안아프면 일하라” 짖고
“돈 생기면 저축하라” 물며
5년간 200명 사회복귀 도와
“몸 안아프면 일하라” 짖고
“돈 생기면 저축하라” 물며
5년간 200명 사회복귀 도와
서울 중랑구 망우동에 있는 노숙인 쉼터 구세군자활주거복지센터에는 노숙인들한테 ‘개’라는 별명을 얻은 사회복지사가 있다. 덩치는 작지만 다부진 이정훈(41) 과장이다.
그런 별명을 얻은 것은 노숙인을 종일 따라다니며 “몸이 안 아프면 일해라”, “돈이 생기면 기초생활비만 빼고 저축하라”고 귀찮을 만큼 재촉하기 때문이다. 그는 “멱살 잡히기 딱 좋은 일”을 한다면서도 “센터에 온 노숙인들이 빈둥거리는 꼴을 못 본다”고 했다.
알코올 의존증이나 도박벽이 있는 노숙인들에게 일하러 가라고 닦달하고, 월급 일부를 떼어 저축하도록 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이 과장도 자신의 업무를 ‘쩐(錢)의 전쟁’이라고 표현한다. 달마다 쉼터 사람들을 상대로 한 명도 빼지 않고 일자리 상황, 금전 현황을 듣고 고충 상담을 한다.
‘저축하게 하려면 처음이 가장 중요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노숙인들한테 저축을 권하면 “내가 번 돈 내가 쓴다는데, 네가 뭔 상관이냐”는 반응부터 “은행 좋으라고 저축하냐”는 반응까지 제각각이다. 하지만 이 과장이 ‘물고 늘어져’ 상대가 질릴 때까지 상담하고 또 상담하면 노숙인 대부분이 저축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다음은 저축액 목표를 정한다. 대개는 1000만원이다.
여기까지 진행되면 절반은 성공한 셈이라는 게 이 과장의 설명이다. 그런 다음엔 목표액을 300만원 선으로 ‘깎아주기도’ 한다. 그 목표를 받아들인 노숙인은 이 자활주거복지센터의 저축관리 프로그램에 발을 들여놓게 되는 것이다.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현재까지 200명 가까운 노숙인이 이 프로그램으로 자립해 사회로 복귀했다고 한다.
이 센터의 노숙인 박아무개(40)씨는 “2009년 1월 입소할 땐 주머니에 50원 동전 하나만 있었는데 2년 만에 1000만원을 모았다”며 “처음엔 쓰레기 썩는 냄새가 진동하는 시장 청소 일자리를 소개해준 이 과장이 밉기도 했지만 지금은 길고 힘들었던 시간을 이겨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지난 5년 동안 노숙인 395명에게 일자리를 구해줬다. 17명의 파산·면책 신청과 12명의 채무조정을 도왔다. 그렇게 떨어낸 부채가 61억원이다. 현재 100명이 넘는 노숙인들이 모은 11억6000여만원의 저축을 관리해주고 있다.
이 과장이 사회복지에 입문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큰 제과업체에서 영업일을 하다가 그만두고, 2005년 이 센터에 왔다. 그러고 천직을 찾았다고 느꼈다. 늦깎이로 대학에서 사회복지학도 공부했다. 이 과장은 48회 저축의 날인 25일 어려운 형편에서도 열심히 돈을 모은 노숙인 4명과 함께 상을 받았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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