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 13시간 정전에 분진도
경기 성남시가 지난 31일 옛 시청을 발파 해체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안전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후유증이 크다.
특히 일부 전문가들은 주택가에서 불과 5~10m 떨어진 곳에서 발파 해체를 강행한 것은 인명 피해를 담보로 한 위험천만한 도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1일 옛 성남시청 주변 주민들의 말을 들어보면, 성남시와 발파업체는 지난달 말 열린 주민설명회에서 “소음은 지하철 소음 108㏈(데시벨)보다 작고 타자기소음 60㏈보다 클 것”이라며 “진도는 0.05여서 발파에 따른 진동이나 피해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발파 해체 당일 소음은 천둥소리보다 훨씬 컸고, 진동은 주변 주택과 상가의 창문이 크게 흔들릴 정도였으며, 일부 주택에는 금이 갔다는 신고까지 접수된 상태다. 또 발파 해체 뒤 콘크리트 가루가 섞인 분진이 인근 주택가 골목에 주차된 차량들을 뒤덮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게다가 옛 시청 뒤에 심어진 20~30m 크기의 메타세쿼이아 6그루가 쓰러지면서 전신주 4개를 넘어뜨려 일대 507가구가 1일 오전까지 13시간 동안 정전 피해를 겪어 시민들의 항의가 거세다.
성남시의회 한나라당 의원들은 1일 기자회견을 열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철거를 진행하면서 주민안전은 간과한 채 화려한 쇼에 집착했다”며 “전시행정을 공개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 “분진 속에 치명적 발암물질인 석면이 들어 있을 가능성이 커 조사를 의뢰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 발파 전문가는 “5층짜리 건물을 굳이 발파 해체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발파 해체에는 젤 형태 폭약인 메가마이트 60여㎏이 사용됐고, 비용은 8억8000여만원이 들어갔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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