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지키자”-대구은행 “뺏자”…입찰 따내기 사활
“연간 예금액 2조2000억원을 웃도는 대구 교육금고를 잡아라!”
대구시교육청의 금고 지정을 겨루는 공개입찰이 다가오면서, 현재 금고를 맡고 있는 농협과 이를 차지하려는 대구은행이 사활을 건 싸움을 벌이고 있다.
교육청은 3일 “올해 말 3년 계약 기간이 끝나는 교육금고를 공개입찰로 지정하기 위해 7~8일 입찰공고를 띄우고 21일 접수한 뒤, 12월 초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해 8월 시·도교육청에 공문을 보내, 계약이 끝나는 교육금고는 공개입찰하도록 한 데 따른 것이다. 대구교육청은 2008년 10월에도 공개입찰을 시도했으나, 대구은행이 입찰에 나서지 않아 유찰된 끝에 수의계약을 맺었다. 이번에 공개입찰이 이뤄지면 30년 만에 바뀌는 것이다.
금고 지정 심의위원회는 교육청 인사 5명과 교수·변호사·회계사·세무사 같은 외부 인사 6명까지 11명으로 구성되며, 위원장은 이걸우 부교육감이다. 심의위원들은 안정성과 편리성, 금리 등을 점수로 매겨 가장 적합한 금융기관을 선정한다.
대구시교육청 재정복지과 전종섭 담당은 “대구은행과 농협, 국민은행, 하나은행 등 금융기관 5~6곳이 입찰에 참여하겠다는 의향을 전해왔다”고 말했다. 대구 시내에서 지역별로 지점망을 갖춘 농협과 대구은행이 치열하게 경합을 벌일 것으로 교육청은 보고 있다. 농협은 “30년 동안 교육금고를 맡아 지역교육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며 금고 지키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으며, 대구은행은 “대구교육청이 지역에 본사를 둔 대구은행을 밀어줘야 하지 않느냐”고 맞서고 있다.
교육청은 대구 초·중·고교 440여곳의 교직원 2만2000여명의 인건비, 학교운영비와 학교 신축·증개축비 등 연간 예산 2조2000억원을 교육금고에 예치하며, 평균잔액만 2000억원에 이른다. 지역 금융계는 “시중은행의 지점 2~3곳의 규모”로 추정한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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