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성 8일만에…경찰, 발달장애 10대 포함 8명 연행
“교육감 면담요청 외면” 반발…교육청 “의견 차 커”
“교육감 면담요청 외면” 반발…교육청 “의견 차 커”
경찰이 장애인 교육권 확보 등을 주장하며 충북도교육청에서 시위를 벌여온 일부 장애인들을 강제 연행하고, 시위대를 해산시키자 장애인단체 등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충북 청주청남경찰서 여경직원중대와 기동중대 등 경찰 200여명은 9일 오전 7시부터 충북도교육청에서 장애인 시위대를 강제 해산시킨 뒤 충북장애인부모회 최아무개(47)씨 등 8명을 연행했다. 연행자 가운데는 발달장애를 지닌 이아무개(18)군 등 학생도 있었다. 해산·연행 과정에서 일부 장애인들은 경찰에 맞서 도교육청 현관 바닥에 누워 저항하기도 했다.
경찰이 시위 장애인들을 강제 연행하자 충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충북여성장애인연대 등 장애인단체 회원 20여명이 청남경찰서 앞으로 몰려가 연행자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이날 낮 12시께 경찰서 앞에서 시위를 하던 윤아무개(41)씨 등 9명을 추가 연행했다가 학생 등 단순 가담자들은 오후에 일부 석방했다.
청주청남경찰서 관계자는 “도교육청이 시설 보호 요청을 해 시위대를 강제 해산했으며, 해산 과정에서 강하게 저항하거나 시위 현장을 기록하던 비디오 장비 등을 부순 시위대 일부를 부득이하게 연행했다”며 “조사 뒤 단순 가담자는 모두 돌려보낼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장애인단체 회원 조아무개(44)씨는 “장애인 학생들이 제대로 교육받을 권리를 주장하는데 경찰이 무자비하게 들이닥쳐 장애인들을 마구 데려가는 것을 보고 눈물이 났다”며 “장애인들은 이 나라 사람들이 아닌 것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강종예(41) 충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행위원장은 “이기용 도교육감에게 장애인 교육권 확보를 위한 면담을 요청했는데 교육감은 간데없고, 경찰과 폭력이 장애인들을 가로막았다”며 “연행자들을 모두 석방하고, 교육권이 확보될 때까지 지역의 모든 장애인단체들과 힘을 모아 싸우겠다”고 밝혔다.
충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 장애인들은 지난 2일부터 충북도교육청에서 △일반계고에 전공과 설치 △직업 거점학교 청주 설치 △특수학교 학생 정원 준수 등 18가지 장애인 교육권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여왔다.
이에 대해 충북도교육청은 이날 오후 ‘교육청 입장 표명’ 자료를 내어 “18가지 요구안을 놓고 협의를 진행했지만 서로의 뜻 차이가 커 공권력 투입, 강제 해산 등의 사태에 이르게 된 것을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앞으로 성실하게 교섭을 해 나가겠지만 현실적으로 실행이 어려운 문제는 수용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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