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피해 학생 이름, 책자에 버젓이 공개
교장들 잦은 출장 뒤늦게 경위 파악 나서
교장들 잦은 출장 뒤늦게 경위 파악 나서
경북도교육청의 황당하고 이해할 수 없는 행정 행태가 경북도의회 교육위원회의 도마에 올랐다.
도교육청은 성추행을 당한 여고생의 이름과 학교를 공개해 비난이 쏟아졌다. 도교육청이 경북도의회에 보낸 행정사무감사 자료 책자에서 2년 전 성추행을 당한 여고생을 학교에서 상담했다는 내용을 설명하면서 여고생의 실명과 학교 이름을 낱낱이 적어 놓은 것이다.
도 교육청은 이 책자를 80부쯤 만들어 도의회 정기회의가 시작된 지난 7일 도의회 교육의원과 전문위원실, 도교육청 간부, 기자실 등에 배포했다. 이 여고생은 명단이 공개된 학교에서 현재 3학년에 다니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학교의 교장은 “학생이 현재 학교를 다니고 있다”며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도의회 교육위원회 심정규(61) 의원은 10일 “학생이 성추행으로 인한 상처가 아직 아물지도 않았는데 교육청이 또 한 번 상처를 준 셈”이라며 “피해 학생이 학교생활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밝혔다. 심 의원은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일이 없도록 교육청이 최선을 다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박선용 감사담당관은 “행정사무감사 자료를 만드는 담당 직원들이 실수를 했다”고만 말했다.
도교육청 관내 일선 학교장들의 출장이 너무 잦은 것도 지적을 받았다. 일부 학교에서는 학교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지경이다.
10일 도의회 교육위원회가 경북 지역 고교와 특수학교 231곳을 상대로 교장의 근무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최근 한 해 동안 학교장이 연간 100일 넘게 출장을 다녀온 학교가 37곳이나 된다. 또 150일 넘게 출장을 갔다온 곳도 5곳이다. 이 가운데 연간 196일 동안 출장을 다녀온 교장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위원회는 “일선 학교장들이 연수나 회의 등 공무출장을 고려해도 연간 출장이 30~50일이면 충분하지 않으냐”며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교육위원회 심 의원은 “학교장들이 눈치볼 필요 없이 혼자서 결재를 하고 출장을 가기 때문에 횟수가 잦아 학교 행정이 마비될 위기에 놓였다”며 “경북도교육청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도교육청은 교장들의 출장이 잦은 이유가 무엇인가를 알아보기 위해 경위 파악에 나섰다. 도교육청은 “경북 지역의 고교 교장뿐만 아니라 초·중·고교 전체 학교장 1천여명의 출장 실태를 즉시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도교육청은 교장들의 출장이 잦은 이유가 무엇인가를 알아보기 위해 경위 파악에 나섰다. 도교육청은 “경북 지역의 고교 교장뿐만 아니라 초·중·고교 전체 학교장 1천여명의 출장 실태를 즉시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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