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15일 민방위의 날을 맞아 서울 지하철 1호선 시청역에서 열린 정전 대비 지하철 대응훈련을 참관하다가 수구 성향의 한 60대 여성에게 폭행을 당하고 있다. 한국일보 제공
민방위훈련 보고중 등·목 때려
지난 8월엔 정동영의원 폭행
경찰 “공무집행방해 영장 신청”
지난 8월엔 정동영의원 폭행
경찰 “공무집행방해 영장 신청”
박원순 서울시장이 15일 오후 서울 지하철 1호선 시청역에서 열린 민방위훈련에 참석해 훈련상황을 보고받던 도중 60대 여성에게 등과 뒷목을 맞았다. 이 여성은 지난 8월 반값 등록금 실현 촉구 집회에 참가한 정동영 민주당 의원을 폭행한 적이 있다.
박 시장과 함께 훈련에 참석했던 서울시 공무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박 시장이 시청역 역사 안에서 방독면 착용 시범을 보고 있던 도중 박아무개(62·경기도 안산시)씨가 갑자기 “빨갱이가 서울을 망친다”, “종북좌파”라고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어 손으로 박 시장의 등과 목을 때렸다. 돌발사태에 박 시장은 당황했지만 크게 다치진 않았다고 공무원들은 전했다. 당시 주변에는 소방관, 서울메트로 직원, 서울시 공무원 등 100여명이 있었지만 불과 1~2초 만에 일어난 일이라서 막지 못했다고 한다. 이 여성은 또 주먹을 휘두르려다 서울시 공무원들한테 붙들려 지하철 역사 밖으로 나갔다.
봉변을 당한 뒤 박 시장은 침착하게 “계속하시죠”라고 지시하고, 민방위 훈련상황을 끝까지 보고받았다. 박 시장은 지난 9월 같은 갑작스러운 정전 사태로 지하철 역사의 조명이 꺼지고 승강기 등이 멈춘 상태를 가상한 긴급상황에서의 대응 조처를 챙기던 중이었다.
이 여성은 지난 8월15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정동영 민주당 의원을 폭행한 사람이라고 서울시가 전했다. 박씨는 ‘반값 등록금 실현 국민행동 등록금 해방의 날’ 집회에 참가한 정 의원의 머리채를 움켜잡고 때린 바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박 시장이 크게 다치지 않아서 폭력을 휘두른 박씨에 대한 처벌이나 수사를 경찰에 요청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시장은 대통령과 달리 현장 방문을 하더라도 시 공무원들이 수행할 뿐 별다른 경호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중인 남대문경찰서 관계자는 “폭행 혐의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하지 못하는 ‘반의사 불벌죄’”라면서도 “피의자가 폭력을 행사한 전력이 있고 서울시장의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했기 때문에 재발 방지를 위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권혁철 유선희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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