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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서울시 ‘암호문 행정용어’ 쉽게 바꾼다

등록 2011-11-23 21:06

지표수가 법면 내부로 유입? 수세불량수목 교체공사?
국립국어원 등 10곳과 협약
‘시민과 소통’ 영·미서도 활발
“공원내 수세불량수목 교체공사.” 서울시가 지난 18일 누리집에 올린 3000만원짜리 사업 입찰공고 제목이다. 공무원이나 업자들은 익숙하겠지만, 시민들에겐 암호문 같다. 마포구 월드컵로 평화의 공원의 시들시들해 보기 흉한 나무를 뽑아내고 새 나무를 심는 공사다.

“우면산의 대부분 급경사지 붕괴부는…배수시설이 미흡하여 지표수가 모두 법면 내부로 유입….” 시가 지난 8월 우면산 산사태 사고원인을 설명한 자료 가운데 일부다. 법면은 경사지란 뜻이다.

3년차인 서울시 한 공무원은 “처음 보고서 등 행정문서를 작성할 때는 낯선 용어들이 어색했고 ‘시민들도 알기 쉬운 말로 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관행적으로 사용하는 행정용어인데다 대체할 용어도 마땅치 않아 그냥 쓰고 있다”고 털어놨다.

어려운 행정용어 때문에 시민들이 불편이나 고통을 겪는 일이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서울시는 23일 시청 서소문별관에서 국립국어원, 한글학회, 한글과컴퓨터 등 10개 기관과 ‘서울시 공공언어 바르게 쓰기’ 업무협약을 맺었다.

박원순 시장은 이날 협약식에서 영국의 ‘쉬운 영어 쓰기 운동(Plain English)’을 예로 들며 “사회의 갈등을 해소하는 일에도 공공기관이 한글을 바로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쉬운 영어 쓰기 운동은 1970년대 영국에서 어려운 행정용어로 된 안내문을 이해하지 못해 난방비를 신청하지 못한 영세민이 동사한 사건을 계기로 시작된 사회운동을 말한다. 겨울 추위가 매서웠던 지난해 영국에선 약 3000명이 난방비 부족으로 얼어죽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 뒤 영국 정부는 60살 이상 노인이 있는 모든 가구에 매년 난방비로 약 36만원을 지원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명확하고 간결한 행정용어는 국어 순화 차원을 넘어 시민과의 소통,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 전달의 중요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와 협약을 맺은 한글과컴퓨터는 서울시의 문서작성 워드프로세서에 행정용어 순화 기능을 추가해 직원이 공문서를 작성할 때 시민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용어를 사용하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건축 행정에서 자주 쓰이는 단어인 ‘가건물’이 ‘임시건물’로 자동 교정되는 방식이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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