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 성남시장
“단체장에 대한 폭력은 표(투표권)를 무기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것이죠.”
지난 12일 어린이 벼룩시장에 참석했다가 판교 새도시 철거민들에게 폭행을 당한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사진)은 “부당한 요구를 부당한 방법으로 관철하려는 것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21일 손목에 깁스를 한 채 성남시장 집무실에서 만난 이 시장은 “시민의 권리를 외치는 사람들이 ‘시민의 주권을 찾겠다’고 나선 시장에게 폭력을 휘둘렀다고 생각하니 솔직히 당혹스러웠다”고 폭행 당시의 심경을 전했다. 그는 “그동안 시정에 불만을 품은 시민들이 7~8차례 격분한 상태로 시장실로 몰려왔지만 대화로 꾸준히 문제를 풀어왔기에 많은 자신감이 있었다”며 “하지만 막상 일을 당하고 보니 ‘안되는 것도 있구나’라는 생각도 든다”고 털어놨다.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기습 폭행과 ‘빨갱이’ 폭언 등에 대해 이 시장은 “이념을 달리하는 사람 가운데 비이성적인 사람들이 벌이는 상식 밖 해프닝이었다”고 했다. 이 시장은 자신에 대한 폭력 사건은 “자신의 이익을 관철시키려고 단체장을 괴롭히는 것을 넘어 굴복을 강요한 것”이라며 “단체장들의 수난시대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그러나 “주민 민원에 대해 인내심을 갖고 합리적으로 풀도록 노력하겠지만 풀뿌리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행위는 앞으로도 단호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 시장 폭행 혐의로 경찰에 입건돼 조사를 받고 있는 철거민들은 ‘성남시가 항공사진을 조작해 한국토지주택공사(사업 시행자)에 제공하는 바람에 이주 보상 대상에서 제외됐다’며 소송을 냈으나, 패소한 상태다.
글·사진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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