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
시장실 문턱 낮춘 박원순 취임 한달
‘트위터’로 고충해결…무릎꿇고 쪽방 주민 만나기도
재건축 등 각종 현안 산더미…‘인사·재정 개혁’ 과제
‘트위터’로 고충해결…무릎꿇고 쪽방 주민 만나기도
재건축 등 각종 현안 산더미…‘인사·재정 개혁’ 과제
27일 취임 한 달을 맞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경청과 소통에 힘쓰는 특유의 리더십으로 화제를 뿌리고 있다. 소탈하고 신선하다는 반응이 많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박 시장이 재래시장 같은 현장에서 시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게 인상적”이라며 “서울 시정에 ‘사람 중심’이라는 새로운 바람을 넣고 있는 것 같다”고 평했다.
박 시장의 트위터(@wonsoonpark)는 ‘서울 신문고’가 되다시피 했다. 시민들은 한 달간 그의 트위터에 1422건의 정책 제안 글이나 민원성 글을 올렸다. 박 시장은 평일 늦은 밤이나 주말에 일일이 답변을 단다. ‘검토해보겠다’는 원론적 답변이 많지만, 민원이 풀리거나 정책에 반영된 때도 있다.
지난 9일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다니는 중랑구 지역아동센터(공부방) 급식 예산이 끊겼다”는 글이 트위터에 올랐다. 박 시장이 “서울시 공무원 바로 확인해보시길”이라는 답을 남기자, 담당 공무원도 “전화번호를 알려주시면 바로 설명드리겠다”며 움직였다. 처음 트위트를 남긴 이는 이틀 뒤 자신의 트위터에 “의문이 신속히 해결됐고 걱정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아 다행이다.…처음으로 사람내음 나는 서울을 보게 됐다”는 글을 올렸다. 박 시장은 “(트위터 같은) 간편하고 값싼 소통의 도구들이 널렸는데 (그동안) 왜 소통이 문제였죠?”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박 시장은 시민들이나 공무원들과 대화할 때 “저는…”으로 시작해, “해주실 거죠” 같은 정중한 청유형으로 말을 맺는다. 지난달 27일 출근 첫날 오후 영등포 쪽방촌을 방문했을 때 비좁은 쪽방에서 30분 넘게 무릎을 꿇고 앉아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의 취임 이후 서울시청 서소문별관 주변에는 민원성 시위가 끊이지 않는다. 지난 3일 뉴타운 사업에 반대하는 주민 200여명이 몰려와 서소문별관 로비를 점거했다. “박원순 나와라”라고 외치며 밤샘농성을 했다. 박 시장은 다음날 정오께 이들을 만나 “약속을 잡고 오면 언제든지 만나겠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박원순 만세”를 부른 뒤 바로 농성을 풀었다. 속 시원한 답을 얻지 못했어도 ‘하늘에 별 따기’처럼 만나기 어려웠던 서울시장이 자신들의 한 맺힌 이야기를 들어준 것만으로도 마음이 다소 누그러진 것이다.
현장에서 다 듣지 못한 이야기는 편지로 받아서 시장이 자필로 답장을 써 부치고 있다고 서울시 공무원은 전했다.
박 시장의 이런 ‘경청’, ‘소통’ 행보가, 주민들의 이해관계가 난마처럼 얽힌 각종 현안들을 풀어내는 데까지 위력을 발휘할지는 아직 지켜볼 일이다.
우면산 산사태 참사를 겪은 서초구 방배동 전원마을을 지난 21일 방문한 박 시장에게 주민들은 ‘산사태 원인을 재조사하라’고 끈질기게 요구했다. ‘산사태는 집중호우에 따른 사실상 천재’라는 지난 9월 서울시의 조사 결과 발표가 번복돼야 피해 보상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박 시장이 끝내 ‘재조사하겠다’는 대답을 하지 않자, “시장이 뭐 하러 왔느냐”고 실망하는 주민들도 있었다. 박 시장의 ‘화법’이 논란을 빚기도 했다. 그는 ‘이런 면도 있고 저런 면도 있고 외국의 사례는 이렇고, 나는 이렇게 보는데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냐’는 식으로 말을 맺는다. ‘서울시장이 등록금 철폐 투쟁을 선동했다’는 논란은 보수 언론이 앞뒤 맥락을 떼어내고 그의 발언을 전하며 부추겼지만, 지나칠 만큼 상세히 설명하는 ‘시민운동가 화법’이 오해를 빚을 수 있다고 말하는 시의원들도 있다. 권위주의를 벗은 서울시장의 파격 행보가 눈길을 끌어왔지만, 뉴타운·재건축, 대중교통요금 인상 같은 현안들의 해법을 내놓는 데 더욱 힘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기 시작했다. 김명수 서울시의회 민주당 시의원은 “박 시장의 모습에 열광하는 시민도 있지만 우려하는 목소리도 함께 들어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며 “박 시장이 목욕탕의 수증기와 같은 인기에 취하지 말고 인사·조직·재정 등 시정 전반에 대한 체계적인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기고] 한-미 FTA, 이대로 안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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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한 달 행보
우면산 산사태 참사를 겪은 서초구 방배동 전원마을을 지난 21일 방문한 박 시장에게 주민들은 ‘산사태 원인을 재조사하라’고 끈질기게 요구했다. ‘산사태는 집중호우에 따른 사실상 천재’라는 지난 9월 서울시의 조사 결과 발표가 번복돼야 피해 보상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박 시장이 끝내 ‘재조사하겠다’는 대답을 하지 않자, “시장이 뭐 하러 왔느냐”고 실망하는 주민들도 있었다. 박 시장의 ‘화법’이 논란을 빚기도 했다. 그는 ‘이런 면도 있고 저런 면도 있고 외국의 사례는 이렇고, 나는 이렇게 보는데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냐’는 식으로 말을 맺는다. ‘서울시장이 등록금 철폐 투쟁을 선동했다’는 논란은 보수 언론이 앞뒤 맥락을 떼어내고 그의 발언을 전하며 부추겼지만, 지나칠 만큼 상세히 설명하는 ‘시민운동가 화법’이 오해를 빚을 수 있다고 말하는 시의원들도 있다. 권위주의를 벗은 서울시장의 파격 행보가 눈길을 끌어왔지만, 뉴타운·재건축, 대중교통요금 인상 같은 현안들의 해법을 내놓는 데 더욱 힘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기 시작했다. 김명수 서울시의회 민주당 시의원은 “박 시장의 모습에 열광하는 시민도 있지만 우려하는 목소리도 함께 들어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며 “박 시장이 목욕탕의 수증기와 같은 인기에 취하지 말고 인사·조직·재정 등 시정 전반에 대한 체계적인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기고] 한-미 FTA, 이대로 안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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