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어떻게 먼저 가니….”
4일 자식을 앞서 보낸 이재만(40) 소방위의 어머니는 아들의 영정사진 앞에서 오열했다. “생전에 나쁜 일이라도 많이 했으면 덜 억울할 텐데….” 함께 숨진 한상윤(32) 소방장의 누나는 “저를 대신 데려가세요 하나님”이라고 슬퍼하다가 가족의 부축을 받고 겨우 일어섰다.
비통함에 젖은 10여명의 유족들 사이에는 한 소방장의 네살배기 쌍둥이 형제가 나란히 앉아 있어 보는 이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이날 경기 평택시 중앙장레식장에 마련된 두 소방관의 빈소에는 하루종일 동료 소방관과 시민들의 추모행렬이 이어졌다.
이들이 변을 당한 것은 지난 3일 오전 9시38분께 평택시 서정동의 참숯가구전시장 화재현장에서다. 화재신고를 받고 오전 8시52분께 도착한 이들은 급히 현장 속으로 뛰어들었다. 화재진압과 인명탐색작업에 나선 지 24분 뒤, 이 소방위 등은 무전기로 “전 대원 철수”라는 다급한 명령을 받았다. 건물의 샌드위치 패널 벽과 매장 안에 가득한 가구들이 불에 타면서 내뿜는 열기와 유독가스가 건물 전체로 거세게 확산되고 있었다.
동료 소방관 3명은 탈출에 성공했지만, 이 소방위와 한 소방장은 끝내 건물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소방서 쪽은 오전 9시38분께 화재현장 입구의 무너진 천장 더미에서 이들의 주검을 발견했다. 긴급 철수명령 뒤 22분 만의 일이었다.
현장을 지휘한 송탄소방서 신계성(54) 소방경은 “화재현장 뒤쪽을 돌아보고 앞쪽으로 오니까 불길이 급속하게 확산돼 탈출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경기도소방본부는 “화재현장 내부에 숨어 있던 불길이 갑자기 건물 전체로 확산되는 ‘플래시 오버’(flashover) 현상 때문에 참극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경력 15년차인 이 소방위는 형(소방위)이 근처 화성소방서에서 근무하는 형제 소방관으로, 초등 2·4학년 두 아들을 두고 있다. 경력 7년차로 쌍둥이 아빠인 한 소방장의 아내는 임신 5개월째다. 송탄소방서 안다우 소방관은 “이날 현장에서 소방서로 돌아와보니 숨진 한 소방장 앞으로 피크닉 테이블이 택배로 도착해 있었다”며 “‘가족과 함께 캠핑을 가겠다’던 동료의 말이 떠올라 더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 소방위와 한 소방장은 이날 1계급 특별승진되고, 옥조근정훈장을 추서받았다. 영결식은 5일 오전 10시 송탄소방서 1층에서 송탄소방서장으로 치러진다.
교통사고 처리 경찰관도 순직
한편, 빗길 교통사고를 처리하던 경찰관이 주민을 도우려다 순직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4일 오전 1시30분께 강원 화천군 상서면 파포리 근처 도로에서 화천경찰서 상서파출소 배근성(43) 경사가 교통사고 현장을 수습하던 중 옆에 쓰러진 주민 정아무개(45)씨를 도우려다 전신주에서 떨어진 전깃줄에 감전돼 숨졌다.
평택/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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