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경기 화성시 남양동 화성시청 옆에서 고물상 관련 회원들이 화성시의 고물상 입지 규제를 강화하는 지침을 입법예고한 것에 반발해 폐지와 고철을 도로 위에 쏟아놓고 끈으로 옥죄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시도로·주택·하천 100m 안 금지
‘경관 저해 안돼’ 주관적 요소도
100여명 시청앞 악법저지 집회
‘경관 저해 안돼’ 주관적 요소도
100여명 시청앞 악법저지 집회
“넘어지면 안된다. 오뚝이 처럼 다시 일어나야한다….”
10여년전 이혼 뒤 초등학교 5학년인 큰 아이를 비롯해 3명의 자녀와 거리로 나섰던 이아무개(43)씨는 어려움이 있을 때면 이렇게 되뇌였다고 한다. 당시 그녀가 손에 쥔 것은 단돈 2만원과 2억원의 빚이 전부였지만 가족 생계를 책임진 그녀는 8년된 1t차를 사서 파지와 고철을 주으며 악착같이 살아왔다.
신문 파지가 ㎏당 140원, 고철은 ㎏당 440∼450원이다. 쓰레기장에 버려진 구두를 주워 신는 엄마를 보고 ‘창피하다’며 울던 둘째 아이가 이젠 대학생이 됐고 짬을 내 어머니의 고물 줍기를 돕는다. 그 사이 월세 250만원을 내는 적치장까지 갖춘 자원재활용업체 사장이 된 이씨가 다시 거리로 나서 “고물상도 국민으로 대우해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12일 경기 화성시 남양동 화성시청 옆에서 열린 ‘화성시 고물상 관련 입법 예고’ 반대 집회에서였다.
화성시가 쾌적한 도시환경을 위해 ‘개발행위허가운영지침’을 바꿔 고물상 입지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입법 예고를 한 때문이다. 개정안을 보면, △시 지정 도로와 법정 하천, 주택에서 100m 안에는 고물상 입지 금지 △경계펜스의 높이는 3m 이상으로 설치하고 펜스 외부에는 2m 이상의 녹지폭을 조성할 것 △적치장 바닥은 아스콘과 콘크리트를 설치해 침출수를 방지할 것 등 11가지 기준이 마련됐다. 개정안은 의견 수렴을 거쳐 공포되면 바로 시행된다.
집회에 참석한 100여명은 화성시의 새 지침은 고물상 ‘고사 지침'이라고 성토했다. 나기정(56·화성산업)씨는 “재활용인들은 자원빈국에서 넝마주이로 시작해 산업입국의 토대 마련에 기여했다”며 “이제와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몰아 산으로 내쫓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화성시 고물상 악법 저지투쟁위원회’ 안영철(48) 위원장은 “화성지역 350여곳의 고물상들은 남의 땅을 빌린 영세상이 대부분이고 파지 수거하는 분들은 하루 하루도 어렵게 버틴다”며 “개정 지침을 따를 수 없는 상황에서 시의 입법예고는 의견 수렴도 없이 생존권을 짓밟는 행위”라고 말했다.
화성시는 “개정 지침은 기존 고물상이 아닌 신규 고물상에만 적용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남의 땅을 빌려 영업하는 고물상이 새 장소를 임대해 옮기면 역시 개정 지침의 적용을 받게 된다. 서관석 화성시 도시관리담당은 “도시 막개발을 막고 경관 등 건전한 도시개발을 위한 조처”라며 “합리적 의견을 제시해오면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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