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부의장 등 의원 15명
이 의원 사무실서 집회 열어
내일 서울 상경 계획도
“과잉충성 경쟁” 비판일어
이 의원 사무실서 집회 열어
내일 서울 상경 계획도
“과잉충성 경쟁” 비판일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의 불출마를 철회시키겠다며 포항시의원들이 예산안 심사도 내팽개친 채 이 의원 사무실로 몰려가는 바람에 포항시의회가 하루 종일 파행을 보였다.
포항시의회는 지난 12일 본회의를 열어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위해 박승호 포항시장 등 포항시 간부들을 출석시킨 가운데 시의원 4명이 시정질의를 폈다. 본회의는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계속됐다. 하지만 이상구 의장과 이칠구 부의장을 포함해 한나라당 소속 포항시의원 15명이 아예 회의에 참석하지 않거나 회의 중 슬그머니 자리를 떴다.
포항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조사를 해 봤더니, 강학중 의원 등 9명은 하루 종일 자리를 비웠다. 이 의장과 이 부의장도 오전과 오후에 각각 자리를 비웠다. 안병권·이동우 의원은 오전 회의에 출석하지 않았으며, 조진·한진욱 의원은 오후 회의에 나오지 않았다. 포항시의회는 한나라당 24명, 민주·민노·진보신당 등 야당 3명, 무소속 5명 등 32명으로 이뤄져 있다.
출석의원이 과반수를 겨우 넘긴 채 회의는 진행됐지만 본회의장은 듬성듬성 빠진 자리가 많아 썰렁했다. 야당의원들은 “시의회가 문을 연 이후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시민들의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시의회가 특정 국회의원의 불출마 때문에 마비될 지경이니 어처구니없을 뿐”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나라당 시의원들은 당직자들과 지역주민 등과 함께 포항시 남구 이상득 의원 사무실에서 대책회의를 연 뒤 ‘불출마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농성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15일에는 서울로 가 국회 앞에서 ‘이상득 의원 불출마 철회 촉구대회’를 열 것으로 알려져 이날로 예정된 예산안 심사가 또다시 파행을 보일 것으로 우려된다.
이와 관련해 포항경실련은 성명을 내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 기능을 해야 할 시의원들이 역할과 본분을 망각한 채 지방자치제의 근간을 훼손했다”고 비난했다. 민주당 포항시 남구·울릉군 지역위원회도 성명을 내 “최근까지 정당공천제 폐지를 주장해 왔던 포항시의원들이 과잉충성 경쟁에 뛰어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12일 본회의 때 오전에 자리를 비웠던 포항시의회 이 부의장은 “이상득 의원의 불출마로 굵직굵직한 포항지역 현안사업이 차질을 빚을지도 모른다는 염려와 고민 때문에 언론의 비판을 감수한 채 본회의장을 잠시 떠났다”고 말했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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