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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또 ‘왕따 타살’

등록 2011-12-22 20:55수정 2011-12-22 22:35

“친구들이 목 묶어 끌고 다녀…팔에 불붙이려 하기도”
중학생 투신자살…‘보복 두려워 도움 못구해’ 유서
같은 반 친구들의 괴롭힘을 견디지 못한 중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 20일 오전 9시께 대구 수성구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이 아파트 7층에 사는 중학교 2학년 김아무개(14)군이 숨져 있는 것을 경비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부모와 형이 이날 오전 집을 나간 뒤 김군이 아파트에서 몸을 던져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김군 집 거실에서는 A4용지 4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김군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이 유서에는 ‘지난 3월부터 같은 반 친구 두 명이 학교에서도 괴롭히고, 집에까지 찾아와 때리고 공부를 하지 못하도록 했으며, 심지어 돈도 빼앗아갔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또 ‘친구들이 영어자습서를 찢고, 라디오 선을 뽑아 목에 묶고는 끌고 다니면서 떨어진 부스러기를 주워 먹게 했으며, 오른쪽 팔에 불을 붙이려고도 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유서에는 ‘아파트 출입문 비밀번호를 바꿔주세요. 친구들이 비밀번호를 알고 있어서 언제 다시 올지도 몰라요. 보복이 두려워 부모님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구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는 대목도 있었다. 이어 김군은 “항상 아껴주시는 아빠, 매일 불효를 저질렀지만 웃으면서 넘어가주시는 엄마, 사랑합니다”라는 인사를 남겨 안타까움을 더했다.

김군의 어머니는 “(아들이 그런 고통을 겪는 것을)몰라줘서 미안하다”며 애통해했다.

경찰은 부부 교사인 김군의 부모와 고교생인 형이 집을 비운 시간에 김군의 친구들이 찾아와 김군을 괴롭힌 것으로 보고 유서에 이름을 써놓은 친구 2명을 불러 조사중이다. 이 학생들은 만 14살을 넘긴 상태여서, 경찰은 혐의가 확인되면 형사처벌할 방침이다.

대구시교육청은 경찰 수사가 끝나는 대로 김군이 다니는 중학교를 상대로 감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시교육청은 지난 7월에도 이 학교의 학생 1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점을 중시하고 학교와 재단 관계자들을 불러 책임 여부를 따지기로 했다.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은 23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김군 사건에 대한 대책을 발표하기로 했다. 우 교육감은 “김군이 쓴 유서를 읽고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며 “이번 사건에 대해 교육 책임자로서 시민들에게 사과 말씀을 전하고 학생 자살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대구에서는 한해 평균 10여명의 중·고교 학생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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