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주택개선 제동…예산안 처리도 못한채 이재오 출판회 참석
예산안 처리시한 넘겨
회기 연장해 심의키로
‘정략적 반대’ 비판 일어
예산안 처리시한 넘겨
회기 연장해 심의키로
‘정략적 반대’ 비판 일어
서울 은평구의회 한나라당 구의원들의 ‘몽니’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학생들의 무상급식 예산과, 철거 중심 재개발 방식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두꺼비 하우징’ 사업 예산의 삭감을 요구한 데 이어,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을 넘긴 채 당내 실력자인 이재오 한나라당 국회의원(은평을)의 출판기념회에 단체로 참석한 것을 두고서다.
22일 은평구 등의 말을 종합하면, 구의회는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인 21일을 넘긴 상태에서 회기를 연장해 23일 본회의를 열어 새해 예산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구의원들은 은평구의 내년 무상급식 예산 가운데 중학교 1학년 몫인 9억원의 삭감을 주장하고 있다. 일부 구의원은 “무상급식 확대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된 뒤에 한 것이므로 시장한테 가서 (예산을) 달라고 하라”는 주장도 폈다. 하지만 서울지역 초·중학생 무상급식 예산은 서울시교육청이 50%, 서울시가 30%, 자치구는 20%를 부담하는 방안에 시교육청과 서울시, 그리고 나머지 대다수 자치구들도 동의한 상태여서 이런 삭감 요구는 ‘정략적 반대’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 구의원들은 김우영 은평구청장(민주당)의 공약이자 서울지역 재개발의 대안으로 주목받는 ‘두꺼비 하우징’ 사업 예산 5억원의 삭감도 요구하고 있다. 두꺼비 하우징은 자치구가 저리의 자금 대출을 지원해 낡은 주택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은평구는 신사동 237번지 일대를 시범지구로 지정해 내년 본격적으로 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한나라당 구의원들은 학교 환경 개선에 쓰이는 교육경비 관련 보조금 10억원, 주민 주도 축제의 모범으로 꼽히는 시민참여 축제(누리축제) 예산 1000만원도 줄일 것을 주장한다.
예산안 처리가 법정 시한을 넘긴 상태에서 한나라당 구의원 9명은 모두 이날 여의도에서 열린 이재오 의원의 출판기념회에 참가했다. 구의원이 18명인 은평구의회는 한나라당 9명, 민주당 9명으로 구성됐는데, 한나라당 구의원들이 반대하면 예산안 통과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홍기복 ‘은평구 학부모네트워크’ 운영위원은 “주민투표와 서울시장 선거를 통해 민의가 확인된 무상급식 예산을 삭감하라고 하고, 예산안 처리보다 당내 실세에게 눈도장 찍히기를 앞세우는 것은 실망스러운 행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소속인 김종선 은평구의회 부의장은 “은평구의 재정자립도가 거의 꼴찌인 가운데 무상급식 예산을 더 늘리면 독거노인 등의 예산이 줄 수 있어 신중한 검토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며 “오늘 구의회 회의를 열지 않은 것은 민주당 구의원들과 합의해 그런 것이지, 출판기념회 때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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