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전국금속노동조합 등 5개 노동단체가 26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특성화고 학생이 기아자동차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중 의식불명이 된 사고와 관련해 정부에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시 “쓰러진 지 5시간40분 뒤 수술”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실습생 김아무개(18·영광실고 3)군이 지난 17일 쓰러진 뒤 열흘째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무리한 초과노동만이 아니라 허술한 응급의료 체계 탓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광주광역시는 26일 “김군이 토요일 저녁 병원 응급실을 전전하다 세번째 병원에서 쓰러진 지 5시간40분이 지나서야 수술을 받았다”며 “병원 3곳의 진료기록부 등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군의 아버지는 “자기 가족이라면 이렇게 몇 시간씩 방치했겠느냐”며 “이 병원, 저 병원에서 검사한다며 금쪽 같은 시간을 흘려보내는 바람에 상황이 더 나빠졌다”고 안타까워했다.
지난 17일 저녁 8시께 기아차 광주공장의 기숙사 경비실 앞에서 쓰러진 김군은 119구급차에 실려 인근 광주한국병원으로 옮겨졌다. 광주한국병원은 오후 8시27분 김군이 도착하자 컴퓨터 단층(CT)촬영으로 뇌지주막하 출혈을 확인한 뒤, 전남대병원에 연락해 ‘환자를 보내겠다’는 승락을 받았다. 이런 조처에 21분이 걸렸다. 당시 김군은 주민등록번호를 말할 정도로 의식이 있는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남대병원에서 김군은 다시 검사를 받으며 두 시간 넘게 머물렀다. 광주·전남지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응급의료 권역별센터로 지정돼 있는 전남대병원은 오후 9시3분 김군이 도착하자 단층촬영 등 재검사를 하고는 2시간7분 뒤 김군을 다시 광주기독병원으로 이송했다. 전남대병원 쪽은 “오후 9시24분 다른 뇌출혈 환자(71)가 들어와 병실도, 인력도 부족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환자의 수술은 다음날 저녁 6시에야 이뤄졌다. 이 때문에 전남대병원 쪽이 김군 이송을 받아들이고도 ‘당직근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조처를 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김군은 밤 11시33분 세번째 병원인 광주기독병원에 도착한 뒤 다음날 새벽 0시40분부터 5시30분까지 뇌동맥류 결찰술을 시술받았다. 그러나 김군은 열흘째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정순복 광주시 예방의약 담당은 “두 시간 안에 수술을 했어야 한다”며 “광주지역의 응급의료 체계를 전반적으로 재점검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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