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 음악회 관객은 철새
“여름 철새야 힘을 내!”
19일 오전 10시 경기 화성시 향남면 구문천리의 한 시골 농촌에서 작은 이색 음악회가 열렸다. 이른바 ‘여름 철새를 위한 숲속의 음악회’( 사진).
수수잎이 녹색을 더하고 각양각색의 들꽃이 흐드러진 무대 위에서 해리포터 주제곡에 이어 해바라기의 ‘사랑으로’ 같은 우리 가요, 바흐의 ‘미뉴에트’ 등 모두 14곡이 1시간 남짓 연주됐다. 음악회가 진행되면서 한곡이 끝날 때 마다 무대 뒤로는 백로와 왜가리, 황로와 해오라기가 간간이 날개를 퍼덕이며 음악회에 참석한 어린이 10여명과 주민 10여명의 박수 소리에 응답했다.
이날 연주에는 화성시 청소년교향악단 지휘자 윤왕로(44)씨와 청소년교향악단의 현악4중주단이 참가했고 특히 지휘자 윤씨는 아들(13)과 함께 트럼펫과 코넷 합주에 나서기도 했다.
인적이 드물고 한적한 농촌마을에서 이같은 이색 음악회가 열린 것은 여름 철새들의 ‘서식지’인 이 동네가 훼손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백로 등 최근 번식기를 거친 5종 1천여쌍의 여름 철새들이 아름다운 군무를 펼쳐내는 이곳 구문천리 일대에 최근 삼계∼구문천리 간 도로 확포장 공사가 실시되면서 철새 서식지가 잘려나갈 위기에 놓여있다.
화성환경운동연합 이홍근 사무국장은 “도로공사가 시작되면 철새둥지 1000여곳 중 100여곳 정도가 훼손될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연주회를 이끈 윤왕로씨는 “도로가 새로 뚫리면 차를 타고 편해지는 삶만 생각했지만 이곳에 직접 와 사정을 보니 생각이 바뀌었다”며 “철새와 인간이 공존하면 좋겠다는 바램을 담아 연주를 했다”고 말했다.
글·사진 화성/홍용덕 기자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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