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전국일반

항일행적 좇아 60여년 ‘아, 아버지’

등록 2012-01-05 21:06

정환지씨가 아버지 정국래씨의 항일 독립운동 행적이 담긴 당시 신문, 사료 등을 설명하고 있다.
정환지씨가 아버지 정국래씨의 항일 독립운동 행적이 담긴 당시 신문, 사료 등을 설명하고 있다.
사람과 풍경 ‘독립운동가 인정’ 평생 바친 정환지씨
조선일보 분규사건 주도
금산 청년동맹회원 활약
지난달 독립유공자 신청
평생 아버지 행적을 좇아온 이가 있다. 충북 청주시 사창동 정환지(81·사진)씨다. 정씨는 광복 뒤부터 줄곧 아버지 정국래(1901~1937) 선생의 항일 독립운동 행적을 찾고 있다.

그가 일곱살 때 아버지 정국래 선생은 숨을 거뒀다. 그와 가족은 물론 이웃조차 아버지의 죽음을 몰랐다. 충북 영동에서 살던 아버지는 1937년 9월 괴산군 청천면의 한 병원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아버지가 어떻게, 왜 숨졌는지, 누가 병원으로 옮겼는지, 지금도 알 수 없습니다. 독립운동을 했던 아버지가 일제에 희생됐다는 소문을 확인하려고 지금까지 아버지의 그림자를 좇고 있습니다.”

독립운동가의 자식으로 몰린 그는 서슬 퍼런 일본 순사의 감시와 압박에 시달리다가 2년 만에 영동을 떠나 청주에 정착했다. 아비 없는 아홉살짜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면사무소 사환, 주물공장 잡부 등을 전전하면서도 그는 틈틈이 야간학교를 다녔다.

“목에 풀칠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아버지의 행적을 찾으려면 글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죽기 살기로 공부했지요.”

중학교까지 졸업한 그는 아버지의 죽음부터 살폈다. 병원, 경찰서, 면사무소, 이웃 등을 찾아다녔지만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지국장을 했던 아버지가 주변 동료들과 독립운동을 벌였다는 말을 듣고 당시 신문 등 사료를 뒤지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행적이 쏟아졌다.

1931년 7월1일 당시 <조선일보> 금산지국장이던 아버지가 ‘금산 청년 및 금산 인사에게’라는 제목으로 쓴 시론, 그해 9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금산 청년동맹회원으로 일제에 항거하다 경찰에게 검거당해 구속됐다는 기사 등을 찾아냈다. 국사편찬위원회, 과거사위원회 등을 통해 아버지가 1932년 <조선일보> 분규사건을 주도하고, 신간회 영동지회 촉성위원으로 참여했다는 사실도 발굴했다. 지난해에는 조선총독부 관련 자료를 뒤지다가 1937년 10월26일치 ‘조선총독부 관보’에 아버지의 사망 사실이 실린 사료도 찾았다.

그는 “당시 공주지방법원 영동출장소가 아버지의 사망 사실을 조선총독부 관보에 실은 것은 아버지가 일제에 상당한 부담을 준 독립운동가였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청주보훈지청에 아버지 정국래 선생을 독립유공자로 지정해 달라는 신청서를 냈다. 그는 “너무도 쓸쓸하게 생을 마감한 아버지에게 ‘애국지사’라는 명예를 안기는 게 제 삶의 목표”라며 “아버지의 한을 풀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1.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2.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3.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4.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5.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