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부산 민주공원 소극장
전두환 군사정권 때인 1987년 1월14일 치안본부(현 경찰청)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경찰의 고문으로 숨진 박종철 열사 25돌 추모제가 13일 저녁 6시30분 부산 중구 영주동 민주공원 소극장에서 열린다.
민생민주부산시민행동과 부산 박종철기념사업회,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가 주최하는 이날 추모제에서는 박 열사 아버지 박정기씨가 유족을 대표해 인사말을 한 뒤 추모사와 추모공연이 열린다. 이어 부산지역의 민주단체가 임진년 새해를 맞아 인사를 나누고 결의를 다지는 신년하례회가 열린다. 신년하례회에서는 영상물 상영과 민주단체를 대표하는 인사들의 발언, 참가단체들이 단결을 다짐하는 퍼포먼스가 진행된다. 행사가 끝난 뒤에는 참가자들이 만찬을 한다.
부산지역 민주단체들이 박 열사 추모제를 함께 여는 이유는 25년 전 박 열사가 숨졌을 때 함께 만들고자 했던 소중한 가치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부산의 민주세력과 시민들이 총선과 대통령선거가 있는 올해 단결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보자는 뜻에서다.
박 열사의 유족들은 14일 오전 11시 박 열사가 안장돼 있는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을 찾아가 참배한 뒤, 오후 2시께 옛 남영동 대공분실 마당(현재 경찰청인권센터)에서 열리는 박 열사 25돌 서울 추모제에 참가할 예정이다.
박 열사는 1987년 1월13일 밤 12시께 하숙집에서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 수사관 6명에 의해 연행됐다. 수사관들은 서울대 학생운동의 비공개 지도조직인 민주화추진위원회(민추위) 지도위원으로 수배받고 있었던 박 열사 선배의 행적을 대라고 다그치며 물고문과 전기고문을 했다. 박 열사는 다음날 11시45분께 중앙대 용산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미 숨져 있었다. 경찰은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며 발뺌을 했으나, 부검 결과 전기고문과 물고문에 의한 살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치안본부는 가담자를 축소하는 등 진상을 은폐하려 했으나 천주교 정의평화구현 전국사제단의 김승훈 신부가 미사에서 3인의 추가 가담자를 발표했다. 그해 6월10일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는 ‘박종철 고문 은폐 조작 및 호헌선언 반대 범국민대회’를 열었다. 이를 계기로 전국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가 잇따르자 당시 여당이던 민정당의 대표 노태우 전 대통령이 대통령을 직선으로 선출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6·29 선언을 했다. 전두환 군사정권이 7년 만에 막을 내린 것이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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