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5일로 문을 연 지 10년이 되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보건소 내 ‘외국인 무료 진료소’에서 진료를 이끌어온 최윤근 박사(가운데)와 백무현 원장(오른쪽)이 재중동포 환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외국인 무료진료소 제공
분당 ‘불법체류 이주노동자 무료진료소’ 어언 10년
일요일마다 의료진 100명 모여
분당보건소 지하 ‘국경 넘는 인술’
“더 많은 후원이 필요한 게 사실”
일요일마다 의료진 100명 모여
분당보건소 지하 ‘국경 넘는 인술’
“더 많은 후원이 필요한 게 사실”
“10년 동안 4만5000명의 지구촌 사람들과 인연을 맺었죠. 정말 즐겁고 행복한 세월 아니겠습니까.”
2002년 1월 경기도 성남시 분당 새도시에 불법체류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무료진료소를 차린 최윤근(65·통증클리닉 전문의) 박사는 12일 지난 10년을 ‘참 아름다운 세월’이라고 회상했다.
최 박사를 비롯한 후배 전문의 18명, 차의과학대 의학전문대학원생 40명, 간호학과 학생 40여명 등 의료진 100여명은 성남시 분당구보건소 지하에 진료소를 차리고 1년에 50주 이상 일요일마다 국경을 넘은 인술을 펼쳤다.
아파도 병원을 찾기 힘든 불법체류자들의 어려움을 달래기 위해 마련된 이 진료소를 찾은 환자들의 출신 국가도 세월에 따라 많이 바뀌었다. 첫 진료 당시 환자 대부분이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출신 이주노동자들이었다. 이후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의료혜택 등 고용환경이 점차 개선되면서 4~5년 전부터 재중동포가 몰려들고 있다. 이에 최 박사는 이들과 소통하려고 방송통신대에 편입해 2년 동안 중국어를 배우기도 했다.
1974년부터 20년 동안 미국에서 수련·전공·전문의 과정을 거친 최 박사는 “당시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던 재미동포들이 의료혜택을 받지 못해 고통을 겪는 것을 목격했다”며 “이 경험은 분당 외국인 무료진료소의 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을 찾은 외국인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누리도록 돕는 것이 인간적 도리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일은 절대 혼자선 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그러고는 “내 동지들은 백무현(성형외과), 정연철(안과), 이광동(신경외과), 이지현(내과), 임병기(정형외과), 장승훈(내과), 이광동(신경외과), 백형익(성형외과), 안석환(산부인과)…”이라고 일일이 소개했다.
한 번에 3~4개 진료과목이 개설되는 이 진료소에서는 최 박사가 종합병원에서 근무할 때 환자로 만난 최호선(55·사업)씨도 일요일마다 자원봉사에 나선다. 진료소 도움으로 병을 고친 재중동포들도 일을 돕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약값으로 성남시로부터 연간 2000만여원을 받고 있는 진료소에 대해 최 박사는 “조직화와 체계화를 이뤘지만, 더 많은 후원이 필요한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최 박사는 오는 15일 정오 분당구보건소에서 열리는 ‘진료소 10돌 기념 음악회’에서 평소 갈고닦은 색소폰 연주 실력을 환자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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