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눈
울산시 상수도사업본부가 냄새 나는 수돗물 사태의 늑장대처를 지적한 언론(〈한겨레> 6일치 13면)과 시의원을 비난하는 글을 지역 일간지에 내 파문이 일고 있다.
급기야 지난 19일 울산시의회 예산결산위에서 박부환 의원이 문제의 기고문을 낸 노맹택 상수도본부장에게 공식 사과를 요구해 1시간 가량 회의가 파행으로 치달았다.
노 본부장은 지난 14일 한 지역신문에 낸 기고문을 통해 “한 일간지에서 상수도본부의 대처에 대해 오도 등으로 시민들에게 불신감을 조장하고 직원들의 인격을 모독했으며, 일부 공인(시의원)은 언론보도 내용을 그대로 인용해 힐책한 데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상수도본부는 잘못한 것이 없고 언론과 시의원이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부풀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수돗물 사태의 과정을 되짚어보면 이 기고문의 허구성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상수도본부는 지난달 25~26일 수돗물에서 악취가 난다는 항의성 전화를 처음 받고도 이달 4일 누런 수돗물이 나온 뒤에야 언론에 “가뭄으로 사연댐 물이 고갈돼 냄새와 녹조현상이 일어나니 수돗물을 끊여 마실 것”을 당부하는 보도자료를 냈다.
많은 시민들이 열흘 동안 영문도 모른 채 냄새 나는 수돗물을 그냥 먹은 것이다. 이러니 지난해 수돗물 검사수치 조작사건으로 불신을 샀던 상수도본부가 또다시 사건을 은폐 축소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여기저기서 쏟아졌다. 백번 양보해서 상수도본부 직원의 말대로 “시민들에게 불안감을 주지 않기 위해 외부에 알리는 것을 늦출 필요가 있었다”면 민간 감시기구인 ‘수돗물 수질평가위’에 처음부터 알려 양해를 구하고 함께 머리를 맞대는 게 옳았다.
상수도본부의 대처방안도 안일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오랜 가뭄현상은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데도 상수도본부는 장맛비가 내리기를 기다리다 녹조현상까지 나타나자 뒤늦게 사연댐 물 사용을 중단하고 대암댐 물을 사용했다. 수돗물에서 냄새가 난 직후부터 이런 적극적인 대책을 세우길 기대했다면 지나친 욕심일까?
울산시 상수도본부는 지난해 수돗물 검사수치 조작 사건으로 10여명의 직원들이 징계를 받은 뒤 환골탈태의 각오로 상수도 행정을 바로 잡겠다고 반성도 했다. 하지만, 외부의 쓴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적대감을 표현하는 간부들이 있는 한 상수도 행정 개혁은 백년하청이 될 것이다.
울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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