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소속 전주대·비전대 청소미화 노동자들이 지난 18일 전주대 본부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람과 풍경 ‘3번째 파업투쟁’ 전주대·비전대 청소 노동자들
용역업체 공개 경쟁입찰 요구
학교쪽 무성의에 농성 16일째
“사태 장기화에 생계 힘들어”
용역업체 공개 경쟁입찰 요구
학교쪽 무성의에 농성 16일째
“사태 장기화에 생계 힘들어”
“지난해 추석 때는 동료들과 천막에서 송편을 빚어 먹었는데, 올해 설도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서 농성을 벌이는 처지여서 답답할 뿐이다.”
10년째 청소를 해온 정성자(60)씨는 눈시울을 붉혔다. 설이 다가왔어도 명절 분위기를 느낄 마음의 겨를이 없기 때문이다. 정씨는 “생활이 좀 나아졌으면 하고 노조에 가입하고 투쟁했는데, 투쟁이 길어지면서 오히려 생계가 힘들어졌다”며 “하지만 다음에 들어오는 후배들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소속 전주대·비전대 청소 노동자 40여명은 19일로 16일째 전주대 본부 건물에서 용역업체 공개 경쟁입찰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대부분 여성이어서 집안의 명절 준비가 마음에 걸리지만 지난 4일부터 3차 파업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8~9월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두 차례 파업을 벌인 바 있다.
이들은 지난 4일 총장과 만났다. 이들은 “총장님이 공개 경쟁입찰을 하도록 부서에 지시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해 9월 학교 쪽은 용역업체 선정방법을 공개 경쟁입찰로 하겠다고 밝혔음에도, 넉 달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어 “새 학기 시작 전에 업체선정과 인수인계 등을 마무리하려면 지금 입찰공고를 내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북평등지부 공영옥 조직국장은 “지금의 용역업체는 재단 산하기업이라는 지위를 활용해 10년 넘게 독점적으로 수의계약을 해왔다”며 “이 관계를 깨뜨려야만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농성중인 이옥순(58)씨도 “용역회사 쪽 사주를 받은 탈퇴 노조원들이 ‘이제 그만 끝내라’고 압력을 넣을 때가 가장 마음이 아프다”며 “업체 사장과 대학총장이 바뀌었어도 변한 게 없어 막막할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이를 두고 대학 쪽은 “ㅇ업체와의 계약이 2월 말에 끝나기 때문에 이달 말 입찰공고를 낼 예정”이라며 “노조가 구체적인 날짜까지 밝히라는 것은 월권”이라고 밝혔다. 대학 쪽은 “하청을 맡긴 우리는 고용당사자가 아닌 제3자일 뿐”이라며 “현 용역업체를 배제하려고 노조가 공개 경쟁입찰을 주장하지만, 오히려 단가를 떨어뜨려 결국 노동자를 옥죄는 자승자박이 될 것”이라고 다른 목소리를 냈다.
글·사진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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