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음성 보천양조장 김재영(오른쪽)·도회(왼쪽)씨 부자가 걸러낸 막걸리 향을 음미하고 있다.
충북학연구소 제공
사람과 풍경 ‘충북의 전통술’ 펴낸 충북학연구소
생활속 술과 사람들 이야기
청명주·대강막걸리 등 명주
정철 등 주당들 소개도 흥미
생활속 술과 사람들 이야기
청명주·대강막걸리 등 명주
정철 등 주당들 소개도 흥미
물은 신이, 술은 인간이 만들었다. 물은 곧 생명이듯 술은 곧 생활이라면 비약일까?
충북학연구소가 술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걸쭉하게 빚은 책 <충북의 전통 술>을 최근 펴냈다. 먼저 충북대 이상희(41) 박사가 생활 속에 깃든 술 이야기를 풀어낸다. 설날 차례 뒤 마셨던 세주, 정월 대보름 식전 세잔을 마셨던 귀밝이술, 삼월삼짇날 진달래 화전을 안주 삼아 즐겼던 두견주, 단오날 마셨던 창포주 등 세시와 함께 한 술 이야기가 입에 쩍쩍 눌어붙는다. 머슴 생일이라고도 불린 백중날 막걸리는 ‘호미씻이’라고 불렸다. 일에 지친 머슴들이 이날만은 호미를 씻고 쉬라는 뜻이다.
좋은 술 곁에는 좋은 사람이 함께했다. 송강 정철, 단원 김홍도 등 술독에 빠진 명인들이 후세에 남긴 일화에는 해학이 담겨 있다. 송강 정철은 ‘장진주사’에서 ‘한잔 먹세 그려, 또 한잔 먹세 그려, 곳것거 산놓고 무진무진 먹세 그려’라며 술을 즐겼다.
누대를 이어온 술의 향기는 <중부매일> 김정미(37) 기자가 오롯이 전했다. 충주 청명주, 보은 송로주, 청원 신선주 등 명주의 비법과 유래가 은은하게 배어 난다. 김 기자의 막걸리 이야기는 지역 술도가의 역사까지 아우른다.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막걸리 명가 진천 세왕주조(옛 덕산양조장), 충주 주덕양조장, 신니양조장은 한뿌리였다. 80여년 전통의 세왕주조 대표 이규행씨의 외삼촌이 주덕양조장 김재식씨이고, 이종사촌 홍수영씨가 신니양조장을 잇고 있다.
골수 애주가들이라면 다 아는 괴산 목도양조장 채태병(82)씨의 비주, 대통령 만찬상에 오른 단양 대강막걸리, 술도가 유일의 여장부 음성탁주 이지재 대표, 부자가 술을 빚는 음성 보천양조장, 빚고 마시는 것을 즐기는 염색전문가 연방희씨의 막걸리, 감식초 비법 등도 재미있다.
김 기자는 “막걸리 한잔하고 굵은 소금 몇알 툭 털어 넣으면 시금털털한 술맛은 사라지고 농익은 사람 냄새만 남는다”며 “소박한 술 빚는 이들 곁에 가면 그 사람 냄새에 취기가 오른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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