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영웅담’ 조작 조사 결과
중대장, 사실확인 소홀히 해
중대장, 사실확인 소홀히 해
지난해 여름 수해 현장에서 숨진 조민수(당시 21살) 수경의 사망 경위 조작 의혹에 대한 경찰 재조사 결과, 조 수경의 죽음 상황이 일부 미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지방경찰청은 20일 “조 수경이 당시 (미군부대 철조망에 매달려 있던 민간인) 강아무개씨를 구조해야 할 필요성을 인식하고서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곳까지 갔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은 “집중호우로 일대 주거지가 침수돼 조 수경과 소속 부대가 사고 발생 전부터 주민들을 대피시키는 구호활동을 벌이고 있었기 때문에 순직이 맞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조 수경이 급류에 휩쓸리던 당시 목격자들을 재조사해보니, ‘(주민을) 구하려다 그렇게 됐다’, ‘소대원들이 있는 곳으로 합류하려다 그랬다’로 엇갈린 진술이 나왔다고 밝혔다. 그런데 현장 지휘관이 사망 경위를 정밀조사하지 않은 채 ‘구조중 순직’이라고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조 수경이 급류에 휩쓸리자 1소대 부관 이아무개 경사는 중대장에게 실종 사실을 보고했고, 중대장(경감)이 “구조로 갑시다”라고 말했다. 이 경사는 현장에 있던 의경들에게 “민수가 죽었다면 시민을 구하려다 사망한 것이 명예롭고 좋으니 그렇게 알고 있어라”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지휘관이 책임을 면하려고 상황을 조작했다기보다는, 이 경사한테서 상황 보고를 받은 부대 중대장이 사실관계 확인을 소홀히 했다고 밝혔다.
이철규 경기지방경찰청장은 “국민에게 혼란을 일으킨 점에 대해 송구스럽고 유족에게 상처를 입힌 점 사과드린다”며 “판단은 언론과 국민의 몫으로 남겨두겠다”고 밝혀 여운을 남겼다.
조 수경은 지난해 7월27일 밤 9시39분께 이틀 동안 500㎜의 기록적 폭우가 쏟아진 경기도 동두천시 보산동 산천변 도로에서 급류에 휩쓸려 5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조 수경이 시민을 구하려다 숨졌다”며 순직 처리하고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한 바 있다.
수원/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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