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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 두꺼비를 살렸다, 두꺼비가 마을을 살렸다

등록 2012-01-20 17:28수정 2012-01-20 20:59

충북 청주시 산남 두꺼비 생태마을의 자랑인 두꺼비 생태공원. 이 마을 생태를 보려고 해마다 탐방객만 3만여명이 찾는다.(왼쪽) 산남 두꺼비 생태마을 한 아파트 벽에 그린 두꺼비 그림. 이 마을은 온통 두꺼비 천지다.(오른쪽 위) 두꺼비 마을 주민들이 마을 논에서 수확한 벼를 털고 있다.(오른쪽 가운데) 두꺼비 마을 주민들의 소통 매체인 <산남 두꺼비마을신문>.(오른쪽 아래)  두꺼비 친구들 제공
충북 청주시 산남 두꺼비 생태마을의 자랑인 두꺼비 생태공원. 이 마을 생태를 보려고 해마다 탐방객만 3만여명이 찾는다.(왼쪽) 산남 두꺼비 생태마을 한 아파트 벽에 그린 두꺼비 그림. 이 마을은 온통 두꺼비 천지다.(오른쪽 위) 두꺼비 마을 주민들이 마을 논에서 수확한 벼를 털고 있다.(오른쪽 가운데) 두꺼비 마을 주민들의 소통 매체인 <산남 두꺼비마을신문>.(오른쪽 아래) 두꺼비 친구들 제공
[함께 만드는 마을 공동체] 청주 원흥이 ‘두꺼비 마을’
 우리가 바쁘게 살아오는 동안 잃어버렸던 ‘마을’이 살아나고 있다. 거리와 건물들의 집단을 넘어 옛날처럼 교육·환경·문화·복지 등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공동체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거대도시 서울에서부터 땅끝 바닷가의 작은 어촌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마을을 되살리려는 노력이 활발하다. 이런 시도가 성공하고 있는 곳도 있지만, 섣부른 추진으로 시행착오를 겪는 곳도 있다. 오늘의 마을 만들기 노력들을 살펴보면서 내일의 마을 모습을 가늠해본다.

도심 속 방 안에서 두꺼비 울음소리에 취해 잠드는 아파트 마을이 있다.

충북 청주의 새 주거지로 발돋움한 산남3지구다. 2003년부터 본격 개발된 이곳은 지금 아파트단지 8곳 5540가구와 단독주택 562가구가 들어서서, 주민 2만여명이 산다. 겉모습만 보면 여느 도심과 다름없다. 삐죽삐죽 솟아오른 아파트 콘크리트 건물, 휘황찬란한 밀집 상가, 무표정한 법원·검찰청사와 학교에 이르기까지 딱딱한 도시 마을 풍경이다. 이곳의 생태를 보려고 해마다 나라 안팎에서 3만여명이 찾는 마을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다.

2003년 두꺼비 서식 안 뒤 주민들이 개발 맞서 보존
습지·생태통로 등 만들자 희귀 동식물 점점 늘어나


두꺼비로1길이라는 표지판 안내를 따라 마을에 들어서자 두꺼비 천지다. 아파트 벽면에 두꺼비 무리가 기어오른다. 두꺼비 식당, 두꺼비 복권방, 두꺼비 빌딩, 두꺼비 마트, 두꺼비 도서관…. 온통 두꺼비 세상이다. 해맑은 주민들의 표정에서 커다란 두꺼비 눈이 읽힌다. 사람과 두꺼비가 함께 사는 생태마을답다.

산남 두꺼비 생태마을 주민협의회의 박완희(40) 사무국장과 함께 마을을 걸었다. 가는 곳마다 주민들과 인사를 나눈다. “언제 출마하세요?”라고 했더니, “우리 마을은 원래 그래요. 다른 아파트촌하고는 달리 모른 척 지나가면 금방 찍혀요”라며 박 사무국장은 웃었다. 옛 ‘마실’의 추억이 스며든다.

주민들은 2007년 초 입주하면서부터 두꺼비 생태마을 가꾸기를 함께 하고 있다. ‘도시 한복판에서 웬 생태?’ 갸우뚱해지지만 역사와 속내가 있다. 2003년 3월 청주 토박이 환경단체인 ‘생태교육연구소 터’가 산남3 택지개발지구 중심부에 있는 원흥이 방죽과 이곳의 두꺼비 집단서식을 알린 뒤 시민운동이 시작됐다.


환경단체와 주민 조직 등 40여곳이 ‘원흥이 두꺼비마을 생태문화보전 시민대책위원회’를 꾸렸고, 시민 5만여명은 두꺼비 서식지 보존 촉구 서명을 했다. 그러나 사업 주체인 한국토지공사는 꿈쩍하지 않고 공사를 강행했다. 시민들은 인간띠 잇기, 청주시내 3보1배, 청와대 앞 삼천배 등 몸으로 두꺼비 서식지 훼손을 막았다. 2004년 11월 토지공사와 환경단체는 두꺼비 생태이동통로 확보와 생태공원 조성 등을 담은 상생의 합의에 이르렀다. 합의에 따라 대체 습지(4곳), 생태통로(4곳), 생태교량(3곳) 등이 들어서면서 원흥이 방죽과 인근 구룡산을 잇는 생태계도 함께 살아났다. 지금은 황조롱이·원앙 등 천연기념물과 흰뺨검둥오리·논병아리 등 조류 20여종이 찾는다. 북방산개구리 등 양서류와 능구렁이·유혈목이·무자치 등 파충류도 나타나고 있다.

손현준(49) 산남 아파트협의회장은 “전국 어느 도시를 가도 우리처럼 많은 동식물과 함께 사는 곳은 없을 것”이라며 “주민 스스로 생태마을 조성과 유지에 팔을 걷어붙이고 참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두꺼비신문’ 만들어 소통
장터 열고 농산물 가꾸고
“함께 땀흘리니 정이 싹터”

막개발을 막아 두꺼비와 생태를 얻은 환경단체와 주민들은 줄곧 ‘두꺼비가 살아야 사람이 산다’는 한뜻 아래 개발과 보존이라는 두 가치의 균형을 영리하게 유지해가고 있다. 마을은 환경부 선정 ‘자연생태복원 우수마을’, 국토해양부 지정 ‘살고 싶은 도시’이다.

원흥이 방죽 주변 아파트 8곳과 주민 등이 꾸린 ‘산남 두꺼비 생태마을 주민협의회’가 생태마을 만들기의 중심이다. 주민협의회에는 상인연합회, 동장연합회, 부녀회 등이 모두 참여하고 있다. 생태공원을 유지·관리하는 환경모임 ‘두꺼비 친구들’도 한 축을 맡고 있고, 청주시도 두꺼비 친구들에게 생태공원 운영을 맡기는 등 힘을 실어준다. 주민협의회와 두꺼비 친구들, 두 축은 축제와 자연순환장터를 운영하는 등 주민들을 하나로 묶는다. 이들은 한국내셔널트러스트 등과 함께 벌인 ‘두꺼비 서식지 땅 한 평 사기’ 운동으로 두꺼비 핵심 서식지 1009㎡를 사들여, 친환경 농산물 재배 지원단체 ‘흙살림’의 도움으로 친환경 텃밭으로 바꿔놓았다. 문현수 부녀회장은 “도시에서 주민들이 힘을 모아 함께 땅을 사고 농사 체험을 하며 어우러지는 마을은 우리 마을밖에 없을 것”이라며 “함께 의논하고, 함께 땀 흘리니 정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고 자랑했다.

(※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협의회가 창간한 <산남 두꺼비마을 신문>은 마을 만들기 매개 구실을 한다. 한 달에 두 차례 6000부씩 마을의 주요 정보를 가감 없이 담아 주민들에게 전한다. 거의 모든 가구와 상가 등이 받아본다. 어린이 기자학교를 운영하는 등 생태교육 구실도 한다. 조현국(45) 주민협의회장은 “신문은 협의회 등의 정책을 주민들에게 전달하고, 주민들의 뜻을 그대로 지면에 반영하는 소통 매체로서 마을의 자랑이자 마을을 지탱해주는 힘”이라며 “조중동 등 기존 언론보다 영향력이 월등히 크다”고 말했다.

마을은 쉬지 않는다. 농산물 도농 직거래, 공동육아, 마을 지정 장터 운영, 마을 둘레길 조성 등을 추진하고 있다. 황희연(61) 충북대 교수(도시공학)는 “환경보존 운동에서 출발해 협의회, 신문 등을 통해 주민운동으로 승화시켰고 시민단체·자치단체 등의 측면 지원도 원활하게 이뤄지는 잘된 도시 만들기의 본보기”라며 “두꺼비 생태마을은 지금보다 앞으로가 훨씬 더 기대되는 곳”이라고 말했다. 청주/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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